[비즈니스포스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올해 7조8천억 원의 사업비가 걸린 한국형 차기 구축함 건조 사업 수주를 놓고 사활을 건 경쟁을 하고 있다.
사업의 수주 여부에 따라 해양방산 맞수인 두 회사의 향후 함정사업의 명운을 가를 수 있을 만큼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7조8천억 원의 사업비가 걸린 한국형 차기 구축함 건조사업을 놓고 사활을 걸고 경쟁한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 조감도. < HD현대중공업 >
두 회사 모두 수주 경쟁의 1차 분수령이 될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방위사업청의 입찰자격 제한 심사 여부를 놓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27일 방산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열리는 방사청 계약심의회 결과는 그 수위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의 함정사업 지속가능성을 판가름할 수도 있는 파급력을 지닐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중공업(당시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한국형 차기구축함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 12건을 불법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했다. 이들은 군사기밀 탐지·수집, 누설에 다른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2023년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회사도 방사청으로 보안사고 감점 1.8점을 적용받고 있다.
더불어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앞으로 방위사업 입찰 참가 자격 적격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계약심의회가 이날 열렸고, 심사 결과는 1~2일 내 HD현대중공업에 통보될 것으로 보인다.
심의 결과에 따라 과징금 정도의 비교적 가벼운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지만, 입찰 참가자격 제한으로 향후 방산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방사청은 6개월에서 5년까지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데, 만약 5년 동안 입찰 자격이 제한되면 HD현대중공업은 사실상 국내에서 입찰하는 함정 사업 기회를 모두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오는 7~8월로 예상되는 8조 원 한국형 차기 구축함의 건조사업 경쟁 입찰을 앞둔 만큼, HD현대중공업 측은 피가 마를 정도로 초조한 상황이다.
▲ 한화오션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 모형. <한화오션>
지난해 HD현대중공업은 총 매출 11조9580억 원, 한화오션은 7조4083억 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에 견줘볼 때 7조8천억 원 짜리 구축함 사업은 앞으로 두 기업의 방산 사업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수준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함정 분야 경쟁은 한화오션이 한화그룹에 인수된 뒤 점점 가열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에도 수상함과 잠수함 등의 건조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방산사업 전문성을 지닌 한화그룹에 인수되며 방산 수주력이 한층 올라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과 장보고III 배치(Batch)-II 3번함 건조사업을 잇달아 수주했다. 두 건조사업에 HD현대중공업도 입찰에 참여했지만, 과거 군사 정보 유출 전과가 발목을 잡으며 모두 고배를 마셨다.
한화오션은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입찰 때 최종점수 91.8855점을 받았다. 91.7433점을 받은 HD현대중공업과는 불과 0.1422점 차이였다.
이 때문에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으로부터 입찰자격을 제한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분간 불리한 환경에서 경쟁을 해야 할 공산이 크다.
회사 측은 감점 폭이 지나치다고 보고 방사청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과 국가권익위원회에 제출한 가처분 신청과 고충민원 모두 기각됐다.
HD현대중공업은 어떻게든 이 약점을 극복하고 차기 구축함을 수주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회사는 정부·정부기관 쪽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을 아래에 둔 HD현대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통해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 안건은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된다.
이 전 실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제2차관에 발탁됐고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현 정부 안보 라인의 실세였던 인물을 영입함으로써 수주 교착 상태를 해소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HD현대중공업은 또 보안사고 감점을 적용받지 않는 해외 방산 시장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회사는 최근 영국 방산기업 밥콕과 협력해 해외 수출을 위한 잠수함 개발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회사가 지난해 개발에 착수한 3천 톤 이하 수출형 잠수함에 밥콕의 무기취급·발사시스템(WHLS)을 탑재한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 대표는 “함정 수출실적과 잠수함 개발·건조 기술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잠수함 수출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