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주 기자 yjbae@businesspost.co.kr2024-02-19 15: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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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아시안컵 졸전에 따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향한 비판 여론이 급기야 경찰 수사 영역으로까지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축구협회는 '무능력하고 무책임하다'는 논란이 인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을 최근 경질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최종책임자인 정 회장은 정작 책임지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며 비판 여론이 더욱 불타올랐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서민민생대책위원회라는 시민단체에서 정 회장과 축구협회 간부들을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혐의, 명예훼손 등으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하자 서울종로경찰서에서 이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이 시민단체의 고발 내용은 △정 회장이 일방적으로 클린스만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으며 △클린스만 감독과 고액 연봉계약으로 공적인 협회 자금에 손실을 끼쳤고 △아시안컵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 사이의 대립이 외국 언론에 보도되도록 해 선수들과 국민의 명예를 훼손했다 등으로 요약된다.
정몽규 회장의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협회 운영이 자칫 사법 처리의 영역으로 번질 수 있는 셈이다. 정 회장은 거센 사퇴 요구에도 자리를 지키면서 오히려 4연임을 향한 의향을 내비쳤는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불명예 퇴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몽규 회장은 2013년 취임 직후부터 이런저런 잡음이 있었다. 그는 취임 뒤 첫 사업으로 축구회관 리모델링 공사를 여동생이 주주로 있는 인테리어업체 맡겨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KBS에서 제기됐다.
그 뒤에도 축구협회 임원들이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는 일을 포함해 축구계에서는 정 회장이 협회를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이끌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더구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원정 16강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정 회장 재임 기간 동안에 이번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0대2로 완패하며 탈락한 참사를 포함해 대표팀 성적은 내내 신통치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일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라면 이미 물러났어도 할 말이 없을 법하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은 축구협회의 3연임 제한 정관 변경이 되지 않은 점을 활용해 4번째 회장 임기까지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까지 11년 재임한 정몽규 회장 이전에 최장기간 축구협회장을 맡은 인물은 정몽규 회장의 사촌 형 정몽준 HD현대 최대주주다.
정몽준 전 회장은 16년 동안 축구협회를 이끌며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고 4강 신화도 이끌었다. 이에 정몽준 전 회장은 차범근, 이회택, 히딩크 감독 등 축구 전설 6명과 함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물론 정몽준 전 회장 역시 장기 재임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지내며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인 공로가 만만치 않다는 긍정적 시각도 많았다. 이와 달리 정몽규 회장은 장기 재임을 할 만한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해서는 딱히 꼽을 만한 내용이 없다.
▲ 사진은 1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음식점 앞에 설치된 이강인 광고물. <연합뉴스>
재벌기업 회장이 재정이 부족한 경기단체를 맡아 풍부한 지원을 통해 해당 종목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긍정적 사례도 여럿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대한양궁협회를 맡아 우리나라 양궁을 세계적 강자로 끌어올린 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정부에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지원받는 한 해 예산이 1800억 원을 넘는다. 자비로 지원할 재벌기업 회장보다는 해당 종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가 맡아 이끄는 편이 나은 단체이다. 축구협회의 리더십에 변화가 절실하다.
물론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현대가의 축구 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축구 사랑은 축구팀 운영으로 표현하고 축구협회를 이끄는 일에서는 그만 스스로 내려오는 게 어떨까.
한국 축구가 다시 아시안컵 참사와 대표팀 내분 같은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축구협회 리더십에 변화를 줘 '정도경영'부터 정착시켜야 할 필요성이 크다. ESG경영을 통해 투명한 지배구조와 사회적 책임의식을 높이는 일은 기업뿐 아니라 스포츠 분야에서도 중요하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