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024년 국내 건설사들이 베트남·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건설시장에 더욱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국가들은 단기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한 뒤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문제(교통·환경·안전·의료) 해결을 위해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신년기획] 2024 해외건설 동남아에 답이 있다, 건설업계 미래 동력 찾기

▲ 베트남 스타레이크시티 전경. <대우건설> 


이와 함께 우리 건설사들은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프로젝트뿐 아니라 2차전지 등의 분야에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 동남아 건설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 대체 생산기지 역할이 커져 투자가 증가해 건설시장 규모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2022년 동남아시아 11개 국에 관한 투자 금액은 2225억 달러(290조585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 갈등을 빚기 이전인 2017년보다 40%가량 급증한 것이다. 

앞으로 동남아 국가를 향한 해외 투자자금 유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 모두 동남아 국가에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중국 이외에 동맹·우방국으로 이전하는 ‘프렌드쇼어링’을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는 중국과 가까워 공급망을 재구축하기 유리한 입지를 갖췄다. 반대로 중국 역시 미국의 행보에 견제를 놓고 동남아에 전기차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등 투자에 나서고 있다.

동남아 국가 건설시장 규모는 해마다 성장하는 추세로 확인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글로벌데이터 등 해외 조사기관 자료 등을 보면 2022년 인도네시아 건설시장 규모는 4096억 달러로 한국 건설시장 규모의 2배 수준으로 파악된다. 2026년까지 연평균 9.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의 2022년 건설시장 규모는 877억 달러로 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10% 안팎의 건설시장 성장이 전망됐다. 말레이시아 건설시장 규모는 277억 달러로 조사됐고 2027년까지 5% 이상 성장이 예상됐다. 

동남아 건설시장은 국가별로 규모 차이는 있지만 높은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인프라사업에 이어 신도시 건설사업이 본격화하면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2040년까지 40조 원의 재원이 투입되는 인도네시아 수도이전 사업에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이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24년까지 대통령궁, 정부청사, 국회 등 정부 핵심구역을 옮기는 사업은 인프라사업 위주 사업을 펼치는 인도네시아 국영 건설기업이 진행하고 있다. 다만 6개 위성도시를 포함해 교육, 의료, 상업지구 등을 2030년까지 개발하는 2단계사업부터는 우리 건설사들의 참여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을 관할하는 공공주택사업부의 바수끼 하디물로노 장관은 2023년 3월 자카르타에서 “중국과 일본도 신수도 이전 사업에 관심이 있으나 한국과 더 많은 협력을 해왔고 한국과 협력이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며 “한국의 세종시에서 배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는 이미 국내 건설사들의 신도시 개발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우건설이 스타레이크시티, GS건설은 나베신도시, 롯데건설은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신도시 건설 실적은 이웃 국가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건설사들은 동남아 국가에서 인프라를 포함한 플랜트, 신도시 등의 사업실적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더욱 사업 규모를 키워 발주에 나서면 유리한 위치에서 수주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내년 기대되는 수주도 이를 뒷받침한다. 우선 DL이앤씨는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프로젝트(6천만 달러), 필리핀 복합화력(300만 달러) 수주가 기대된다. 

DL이앤씨는 1974년 시부 항만 확장공사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건설시장이 입지를 이미 다져왔다. 지난 2021년에는 1500억 원 규모의 라텍스공사를 수주하며 실적을 쌓았다. 

GS건설은 싱가포르 철도(5억 달러) 등의 수주가 예상된다. 앞서 2020년 5500억 원 규모의 싱가포르 최초 철도시험센터 공사를 수주해 2024년 말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철도종합시험센터는 세계적으로 9곳 밖에 없는 고난도 시설로 지난 2022년 11월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됐다. 

또한 GS건설은 HLI(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법인)이 발주한 인도네시아 배터리공장 시공사업(2억5천만 달러)도 2024년 1분기에 수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세아 권역 첫 번째 완성차 생산 거점인 인도네시아를 발판으로 아세안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SK에코플랜트는 동남아 국가에서 친환경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말레이시아에서 롯데케미칼, 포스코와 함께 사라왁 그린수소 및 암모니아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라왁 프로젝트는 수력 기반으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것으로 2023년 11월 기본설계(FEED)가 시작됐다. 2024년 기본설계를 마치고 EPC(설계·조달·시공)으로 전환해 2027년부터 운영이 목표다.

말레이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뿐 아니라 바이오매스, 태양열, 수력 등의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국가로 적극적으로 친환경사업을 펼치고 있다. 2023년 7월 국가 에너지 전환 로드맵(NETR)을 발표하고 재생에너지,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말레이시아에서 지속가능항공유(SAF) 프로젝트(5억~10억 달러) 수주도 기대된다. 
 
[신년기획] 2024 해외건설 동남아에 답이 있다, 건설업계 미래 동력 찾기

▲ 말레이시아 사라왁 H2biscus 청정수소 프로젝트 조감도. <삼성엔지니어링> 


지속가능항공유는 원유 대신 동물과 식물성 기름, 옥수수 등 바이오연료를 활용해 생산되는 항공유다. 석유 기반 항공유와 비교해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

세계적 시장조사업체 TMR은 지속가능 항공유 시장 규모가 2021년 1억8660만 달러(2355억 원)에서 연평균 26.2% 성장해 2050년 4020억 달러(50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SK에코플랜트는 E-waste(전기·전자 폐기물, E-폐기물)사업을 영위하는 싱가포르 기업 테스를 2022년 인수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23년 2월 태국 대표기업 SCG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협업모델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후 2023년 11월 태국석유공사·글로벌파워시너지·노오보플러스 등 태국기업과 손잡고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동뿐 아니라 동남아 등지에서 지역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동남아 현지 건설사들이 부동산 및 신도시 건설 경험이 부족한 만큼 이에 강점을 지닌 우리 건설사들이 충분히 동남아 건설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