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영증권이 올해 국내 해운업종의 주가 결정요인으로 HMM 인수전을 꼽았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28일 발간된 보고서 ‘2023년 나의 실수’에서 “해운업은 현재 구조적인 공급부족 이슈가 있지만 한국 상장 해운사의 주가 결정 요인은 업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연구원 "HMM 주식 투자 판단 잘못" 반성, "채권단 중심 매각 간과"

▲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이 HMM 인수전에 다시 한번 쓴소리를 남겼다.


‘나의 실수’는 신영증권이 지난해부터 발간하기 시작한 연말 보고서다. 소속 연구원들이 한 해동안 내린 전망 가운데 ‘틀린 것’을 스스로 되짚어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엄 연구원은 “상장 해운사 가운데 규모가 큰 HMM이 매물로 올라왔고 다른 대규모 해운사인 팬오션이 빅딜에 적극 참여했다는 사실이 업황을 이기고 기업들의 주가에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KDB산업은행으로부터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컨소시엄이 제시한 인수 희망가액은 6조4천억 원이다.

팬오션은 인수대금을 △유상증자 △영구채발행 △자산 유동화 △보유현금 등 자체자금과 한도 3조 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활용해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엄 연구원은 “팬오션의 주당가치 희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매각 측이 자체자금 비율이 높은 쪽에 점수를 부여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고금리 시기인만큼 과도한 인수금융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을 원천봉쇄하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거래주체의 성격이 일반 인수합병과 달랐던 점을 간과한 점도 언급됐다.

엄 연구원은 “HMM 매각은 민간 자본 사이의 매매가 아닌 채권단 중심의 거래라는 점을 간과한 것도 투자 판단을 잘못 내린 요인 중 하나다”며 “경영자가 장기 전략을 세울 때 일반 투자자의 단기 투자전략과 방향성을 반드시 같이할 것이란 기대는 금물이다”고 전했다.

앞서 엄 연구원은 21일 ‘HMM 매각에 대한 소고’를 통해 이번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쓴 소리를 남겼다.

이날 신영증권은 팬오션에 대한 분석(커버리지)를 중단하고 HMM 투자의견을 ‘매도(SELL)’로 하향했다.

엄 연구원은 이화여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2006년 신영증권에 입사했다.

이후 17년 동안 조선·운송·해운업종 연구원으로 활동해왔다. 해당 분야 연구원 가운데 유일한 여성으로 ‘조선의 국모’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