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범용 반도체로 미국의 규제 확대, SK하이닉스 '솔리다임 부활' 기회

▲ 미국 정부가 내년 범용반도체 분야에서 중국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뜻을 시사하면서 SK하이닉스의 사업기회도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상무부가 내년 범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탈중국 전략에 속도를 붙이더라도 전체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내 사업장을 가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규제에는 예외를 둘 공산이 크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중국 다롄에 생산시설을 둔 낸드플래시 계열사 솔리다임이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의 정책에 반사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중국 범용 반도체에 대한 수출규제가 현실화되면 중국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던 물량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다른 기업들이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을 보면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반도체로 인한 국가 안보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반도체 공급망과 국방산업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며 중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나 라이몬도 미국 상무부장관은 “미국 정부는 지난 몇 년 동안 중국기업들이 레거시(범용) 공정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고 미국 회사들이 경쟁하기 더 어렵게 만드는 우려스러운 관행을 목격했다”며 첨단반도체뿐 아니라 범용반도체 분야에서도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올해 중국 기업들이 자체 기술로 7나노 공정의 반도체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생산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산업 규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평가가 나오자 제재 강화에 고삐를 죄겠다는 구상을 내보인 것으로 읽힌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상무부가 내년 1월 미국 자동차, 항공우주, 방산 등 100여 개의 미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산 범용 반도체 사용 의존도를 조사한다고 발표했다”며 “이를 통해 내년 미국 상무부가 중국 범용 반도체에 대한 수출규제를 진행하면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범용 반도체 재고 소진에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모든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어 사업기회를 확장할 여지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의 D램 사업은 생성형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성장하면서 고부가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을 중심으로 커다란 확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D램 매출이 46억2600만 달러로 2분기보다 34.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D램 점유율은 2분기와 비교해 4.2%포인트 상승한 34.3%로 나타나 1위 삼성전자와 격차를 기존 9.5%포인트에서 4.6%포인트로 좁혔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실적 부진으로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던 낸드플래시에서도 시장점유율이 올해 2분기 18.6%에서 3분기 20.2%로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반등 모멘텀을 만났지만 낸드플래시 자회사인 솔리다임의 부진으로 인해 고민이 깊었다.

솔리다임은 주로 일반 서버에 탑재하는 기업용 낸드플래시를 제작하는 기업으로 SK하이닉스가 2020년 10월 인텔의 낸드플레시 사업부를 인수한 뒤 이름을 바꾼 것이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솔리다임은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부진으로 3분기 기준 자본잠식(총자본금 -4635억 원)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더구나 SK하이닉스는 2022년 5월부터 중국 다롄에 솔리다임의 낸드플래시 2공장을 증설하고 있는데 올해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어려움이 가중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 정부의 중국 공급망 탈동조화 정책으로 SK하이닉스는 새로운 모멘텀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범용 반도체로 미국의 규제 확대, SK하이닉스 '솔리다임 부활' 기회

▲  SK하이닉스의 사업보고서에 나타난 솔리다임의 요약 재무상태.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전체 반도체 메모리 수요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게 되는 범용 메모리 반도체에 미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미국 정부로서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에는 예외조항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관측은 올해 10월 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 및 삼성전자의 중국 공장에 별도 허가절차나 기한 없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수 있도록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결정’을 내린 것에서도 미뤄 짐작해볼 수 있다. 검증된 최종사용자란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게만 지정된 품목의 수출을 허용하는 포괄적 허가방식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37%를 중국 시안에서 생산하고, SK하이닉스는 D램의 40%를 우시 공장에서 만들며 낸드플래시의 20%를 다롄에서 제조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들 물량까지 모두 규제에 넣을 경우 반도체 공급망에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이번에도 규제에 예외조항을 둘 가능성이 크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미국 정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속도로 반도체 기술 발전에 공을 들이고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낸드플래시업체 YMTC는 올해 상반기 128단 낸드플래시의 대량생산 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올해 4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YMTC가 중국 자체장비로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는데 그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미국 정부는 2022년 10월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히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했다. 그럼에도 중국 기업들의 굴기(진흥)를 완전히 막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중국의 사업 기반을 약화하기 위해 범용 반도체에 대한 추가 제제를 더할 경우 중국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점유 물량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이 받아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YMTC의 낸드플래시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약 5%로 추산된다. 

이에 더해 내년 낸드플래시 업황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 SK하이닉스의 사업기회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SK하이닉스의 다롄 2공장(솔리다임) 증설이 최근 지연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장 상황 변화에 맞춰 계획대로 진행한다면 또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현재는 메모리 반도체가 불황이지만 곧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