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상열 호반그룹 창업주가 하림그룹의 HMM 인수에 ‘백기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주목받고 있다.

하림그룹이 HMM 인수 희망가격으로 6조4천억 원 규모를 써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호반건설의 지원사격 규모가 어디까지 이를지 관심이 모인다.
 
호반건설 하림의 HMM 인수 ‘백기사’, 김상열 파이시티 참여로 부담 덜어주나

김상열 호반장학재단 이사장 겸 서울미디어홀딩스 회장이 하림그룹의 HMM 인수에 백기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HMM 경영권 인수에 자체적으로 3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고 인수금융 규모는 2조 원을 넘기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파악된다. 

인수금융은 기업이 인수합병에 필요한 자금 일부를 금융기관 등에서 차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하림그룹은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이 포함된 대주단으로부터 인수금융 3조 원 이상 투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비용 등을 고려해 이를 다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그룹의 대표적 부동산자산인 양재동 복합개발부지 ‘파이시티’ 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양재동 파이시티는 HMM 인수전에 우호세력으로 참여하고 있는 호반건설과 연관성도 깊다.

호반건설은 앞서 2015년 파이시티 부지가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 후보로 오르내렸고 부지 개발·시공사업 참여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파이시티 개발사업이 호반건설과 하림그룹의 이번 HMM 인수전 동맹관계 배경의 하나로 꼽혀온 이유다.

재무여력이 있는 호반건설은 인수전 지원으로 수도권 대규모 개발사업에 참여 기회를 얻고 ‘고래’를 삼키려는 하림그룹은 재무부담을 줄일 수 있는 등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하림그룹은 양재동 파이시티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데도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호반건설 하림의 HMM 인수 ‘백기사’, 김상열 파이시티 참여로 부담 덜어주나

▲ 하림그룹이 보유한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파이시티 부지. <하림지주>


파이시티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에 연면적 111만5천㎡ 규모로 유통물류시설, 업무시설, 연구·개발시설, 컨벤션센터, 공연장, 백화점, 호텔, 주택 등이 결합된 친환경·첨단물류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하림그룹은 2016년 파이시티 부지를 4500억 원 규모에 매입한 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해왔고 지난해 서울시 실수요검증 등 행정절차를 통과해 사업초안을 마련하고 있다.

양재동 파이시티 개발에는 사업비 약 6조 원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재동 파이시티는 하림그룹이 HMM 인수전에 나설 때부터 자금조달을 위한 유동화 방안 등이 언급됐다. 다만 김홍국 하림 회장이 파이시티 개발 의지가 강해 매각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김홍국 회장은 이날 뉴시스, SBS Biz 등 복수 언론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양재 물류단지를 매각할 가능성은 없다"며 "인수자금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호반건설도 파이시티 개발과 시공 등에 관심은 많지만 워낙 대규모 사업인 만큼 파이시티를 사들여 혼자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선이 많다.

이에 호반건설이 파이시티에 출자해 HMM 인수자금을 지원하고 개발사업을 공동시행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현재 해운시장과 부동산시장 둘 다 상황이 좋지 않다. 파이시티 개발에도 ‘백기사’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호반건설과의 밀월관계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반그룹은 앞서 10월 계열사 호반호텔앤리조트를 통해 HMM 인수주체인 팬오션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5.8%)를 약 1628억 원에 샀다.

팬오션의 한진칼 지분은 애초 호반건설이 2022년 12월 팬오션에 매각했던 것인데 매각가격보다 약 700억 원 규모 손해를 보면서 되사왔다. 이에 HMM 인수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풀이됐다.

호반그룹은 팬오션이 HMM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추진하는 5천억 원 규모의 팬오션 영구채 매입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칼 주식 인수금액 1628억 원과 영구채 매입 등을 고려하면 이미 6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보태주고 있는 셈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장은 19일 SBS biz ‘오늘 기업·사람’ 방송에서 “하림그룹의 이번 HMM 인수로 하림이 양재동에 보유하고 있는 대규모 물류센터 부지인 파이시티 개발, 건설 프로젝트를 호반건설이 할 것으로 재계에서 보고 있다”며 “(호반과 하림이 HMM 인수로) 운명공동체가 됐다”고 말했다.

하림그룹은 2022년 기준 자산규모가 17조2980억 원이고 하림지주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833억 원 수준이다. HMM은 재계순위 19위의 자산규모 25조7881억 원 기업으로 하림보다 덩치가 크다. 

호반그룹은 2022년 말 기준 그룹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775억 원에 이르고 부채비율은 62.1% 수준으로 자금동원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설사는 통상 부채비율이 200% 안팎이면 재무안정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