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또다시 대어를 거머쥐었다.
하림그룹이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김 회장이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한 하림그룹은 이제 재계 13위의 거대기업으로 도약을 앞두고 있다.
▲ 하림그룹이 HMM 인수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인수합병 수완이 주목을 받고 있다. |
19일 하림그룹의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HMM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인수합병 전문가인 김 회장의 수완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림그룹은 다방면에 걸친 자금조달 계획과 해운산업 역량·재건의지 등에서 동원그룹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하림그룹은 7월 예비입찰에 응찰한 뒤 약 4개월동안 인수주체인 계열사 팬오션을 중심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상반기 말 하림그룹의 보유 현금은 약 1조5천억 원으로 HMM의 최소 6조 원인 예상 매각가격에 한참 못 미쳐서다.
팬오션은 보유선박 4척을 처분하고 한진칼 투자지분 5.8%을 약 1630억 원에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팬오션은 영구채 5천억 원을 발행하고 유상증자를 실시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는 호반건설도 도움을 줬다.
김홍국 회장과
김상열 호반그룹 창업주는 호남 출신으로 각별한 사이다.
호반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데 이어 팬오션이 발행하는 영구채 5천억 원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거 손발을 맞췄던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를 끌어들인 것도 주효했다.
JKL파트너스는 75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다. 하림그룹과 JKL파트너스는 2015년 컨소시엄을 이뤄 팬오션을 인수한 적이 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 엔에스쇼핑 이사는 JKL파트너스의 수석운용역으로서 인수 실무에 참여하고 있다. 하림그룹과 JKL파트너스의 끈끈한 신뢰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림그룹은 대주단으로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까지 확보하며 인수금융 준비도 일찍 마쳤다.
김 회장은 지난달 1일 열린 하림그룹의 브랜드 론칭행사에서 HMM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 준비가 끝났다며 인수전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본입찰이 시작되기도 전이었다.
매각 측은 하림그룹과 세부조건을 협의한 뒤 내년 상반기 중으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HMM 품는다면 하림그룹은 컨테이너선 1위, 벌크선 1위를 동시에 거느린 국내 최대의 해운선사로 발돋움한다.
또한 재계순위도 껑충 뛴다. 2022년도 기준 하림그룹의 자산규모는 17조2980억 원으로 27위다. 자산규모 25조7881억 원의 HMM과 합병 시 순위는 13위가 된다.
김 회장은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있다. HMM 잔여 영구채의 처리 방안을 협의하는 것이다.
향후 영구채 1조6800억 원이 주식으로 바뀌면 인수자의 HMM 지분율은 57.9%에서 38.9%까지 낮아진다.
전환물량과 국민연금과 신용보증기금 등 지분까지 합치면 정부의 입김이 무시못할 수준으로 커지게 된다.
하림그룹의 안정적 지배력 행사에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11살에 할머니로부터 선물받은 병아리 10마리에서 시작해 현재의 하림그룹을 일궈낸 인물이다.
농장·공장·시장을 통합한다는 이른바 ‘삼장통합’ 경영을 통해 국내 양계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뤄내 안정적인 가치사슬을 만들어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해운, 사료, 축산, 유통, 곡물거래, 식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하림그룹이 사세를 확장할 때 김 회장은 인수합병을 적극 추진했다.
하림그룹은 2001년 천하제일사료부터 시작해 2011년에는 미국 닭고기 업체 ‘알렌패밀리푸드’, NS쇼핑 등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또한 선진, 팜스코, 디디치킨, 멕시칸치킨, 그린바이텍, 팬오션 등도 인수합병을 통해 하림그룹이 품은 회사들이다.
▲ 하림그룹은 계열사 팬오션을 중심으로 HMM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팬오션이 올해 9월 인도의 그레이트이스턴해운에 매각했다고 알려진 탱커선 그랜드에이스8호. < 마린트레픽닷컴 > |
김 회장은 인수합병 지론으로 “짧은 시간에 회복할 수 있는 ‘병든 소’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경영이 어렵더라도 빨리 회복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얼마든지 인수합병할 수 있다는 점을 비유한 것이다.
팬오션은
김홍국 회장의 ‘병든 소’ 지론이 잘 맞아떨어진 대표 사례이다.
하림그룹은 경영위기에 있던 팬오션을 2016년 약 1조 원에 인수한 뒤 곧 정상화에 성공했다.
팬오션은 2022년 기준 하림그룹의 매출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로 우뚝 섰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