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따뜻한 겨울 뒤 찾아오는 한파, 높아진 해수 온도에 기온 널뛰기

▲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기온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사진은 12월 들어 이상 고온이 이어지면서 13일 국회에 개나리꽃이 피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12월 들어 이상고온으로 꽃이 필 정도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왔으나 17일부터 강한 한파가 찾아온다.

지구 온난화로 뜨거워진 바다가 올 겨울 20도 이상 차이로 오르내리는 널뛰기 기온의 원인으로 꼽힌다.

17일 기상청의 중기예보를 보면 17~24일은 전국이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아침 기온은 영하 17~영상 2도, 낮 기온은 영하 6~영상 2도 평년보다 춥겠다.

직전 2주의 기온이 이례적으로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지는 것이다. 16일에는 전국 곳곳에서 전날보다 5~10도, 17일에는 10도가량 기온이 급강하했다.

올해 12월에는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12일에는 전국 62개 관측지점 가운데 58곳이 역대 12월 최고 기온을 경신했을 정도로 기온이 올랐다.

부산, 창원 등 남부지방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20도를 웃돌아 벚꽃, 개나리 등이 개화하기도 했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겨울철 추위의 강도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것은 한국 겨울 날씨의 특징이기는 하다. 하지만 기온 변화의 간극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점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징표다.

기온 변화 외에 이례적 강수 패턴이 나타났다는 점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강원 영동 지역에는 11일 호우특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이 1999년 특보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한 이후 12월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15일에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100mm 이상의 많은 비가 내렸다.

이례적인 12월 호우에 정부는 14일 임상준 환경부 차관 주재로 호우 대책 회의를 열기도 했다. 12월에 호우 대책 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차관은 회의에서 “12월 중순에 개최하는 호우 대책 회의를 보더라도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는 이제 일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날씨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매우 복잡, 다양하지만 올해 들어 겨울 날씨가 극단을 오가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는 높아진 해수 온도가 꼽힌다.
 
꽃피는 따뜻한 겨울 뒤 찾아오는 한파, 높아진 해수 온도에 기온 널뛰기

▲ 11월30일 서울 최저 기온이 영하 8도까지 내려가자 서울 영등포구 한강공원 나뭇가지에 얼음이 얼어 있다. <연합뉴스>

지구 온난화로 지구에 축적되는 열에너지는 대부분 바다가 흡수하게 된다. 해수 온도의 상승은 수증기 증발량을 늘리고 대기의 흐름을 바꾸는 등 기후변화를 유발한다.

한반도 인근 바다의 수온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상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가을(9~11월) 한반도 인근 해역 해수면의 온도는 21.6도로 최근 10년 사이 최고치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동해, 남해의 9월 해수면 온도는 최근 10년 평균치보다 2도 이상 높았다.

해수 온도의 상승은 지구 온난화가 주된 원인이지만 올해에는 전 지구에 걸쳐 나타나는 주기적 변동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태평양에는 엘니뇨가 진행 중이다. 엘니뇨는 태평양 동쪽 적도 인근 바다인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에서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진 상태가 이어지는 현상이다. 반대 현상인 라니냐와 함께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에 주기적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12월에는 스페인에서 30도가 넘는 기온이 관측되는 등 한반도는 물론 세계적으로 이상기후를 겪고 있다.

해수 온도 상승에는 지구의 중위도와 고위도 사이 온도차를 줄이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를 약화시키는 효과도 따른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더 불규칙하고 강하게 남하하게 되고 특정 지역에서 강한 한파가 나타난다.

한반도가 전례 없이 따뜻한 겨울을 보냈던 12월 초에 시베리아에서는 북극 찬 공기의 영향으로 영하 50도에 이르는 극한 한파가 나타났다. 영하 50도는 시베리아에서도 12월 초 평년 기온보다 7도 정도 낮은 수준이다.

해수의 온도 상승은 따뜻한 겨울을 불러오면서도 불규칙하게 북극 한파를 끌고 오는 등 겨울철 날씨의 변동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세계기상기구는(WMO) 11월30일 발표된 지구 기후현황 보고서를 통해 2023년이 기상관측 시작 이후 지구가 가장 따뜻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지구 평균기온, 온실가스 수준, 해수 온도 등에서 올해 각종 기록이 깨지며 귀청이 터질 듯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며 “단순한 통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극한적 날씨에 매일 생명과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