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퓨처엠이 전방산업인 전기차의 수요 둔화로 이전보다 어려워진 영업환경 속에서 고부가제품 양산에 속도를 내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은 기존 제품군들과 비교해 수율이 낮은 고부가 제품의 생산성 향상에 속도를 내며 시장 확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퓨처엠 수요 둔화에 고부가 라인업 강화, 김준형 수율 향상 채찍질

▲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이 수율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8일 포스코퓨처엠 안팎에 따르면 단결정 양극재 양산 일정을 앞당기는 한편 향후 주요 생산거점에 단결정 양극재 생산라인을 확대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단결정 양극재는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 여러 금속을 하나의 입자형상(One-body)으로 만든 소재다. 

기존 양극재는 금속 입자들을 작게 뭉쳐 만든 다결정 구조인데 다결정 구조는 충전과 방전이 반복될수록 소재 사이에 틈이 벌어지고 틈에서 가스가 발생해 전지 수명이 줄어든다는 약점이 있었다. 

단결정 양극재를 사용하면 가스 발생이 적어 안정성이 높아지고 배터리 수명도 기존보다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단결정 양극재는 기존 양극재보다 밀도를 높일 수 있어 배터리 용량이 커지고 이에 따라 주행거리도 늘어난다.  

배터리의 수명과 안정성, 주행거리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하기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 할 요소들로 꼽힌다. 전방산업인 전기차·배터리셀 제조사들의 단결정 양극재 수요가 확대될 잠재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내년 1월로 예정된 포항공장의 단결정 양극재 양산 시점을 앞당겨 올해 11월부터 라인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앞서 3월부터 광양공장에서는 단결정 양극재 양산을 시작했는데 고객사들의 주문 급증에 따라 포항공장의 가동 시점을 앞당겨 단결정 양극재의 본격 공급에 나서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퓨처엠이 포항공장에서 양산하는 단결정 양극재는 니켈 비중 86%의 NCMA(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양극재로 얼티엄셀즈에 공급된다. 얼티엄셀즈는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사다. 

단결정 양극재는 국내 배터리업계가 중국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시장 경쟁을 전개해 나가는 데에도 요긴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국내 기업의 주력 제품인 하이니켈 배터리와 비교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비록 에너지밀도와 무게, 주행거리 등 성능 측면에서는 뒤떨어지지만 전기차시장이 커지면서 이전보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리튬인산철 배터리 채택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배터리기업들로서는 기존 하이니켈 양극재 기반의 배터리의 가격을 낮추거나 확보하거나 성능을 더 높이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높아졌는데 단결정 양극재는 성능을 보강하는 데 매우 요긴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포스코퓨처엠도 최근 저가형 배터리의 시장확대 추세를 반영해 리튬인산철 양극재로 제품군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포스코퓨처엠으로서도 특화된 경쟁력을 지닌 하이니켈 양극재를 여전히 중심으로 둔 채 리튬인산철 양극재로 사업을 넓히는 것인 만큼 하이니켈 양극재의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중요한 과업일 수밖에 없다. 

김준형 사장은 8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진행한 ‘비전공감 2023: 포스코퓨처엠이 더해갈 세상의 가치’ 행사에서 “포스코퓨처엠이 지금까지 양극재 사업의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였다면 앞으로는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도약하겠다”며 글로벌 선두기업을 향한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선도자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품의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것과 함께 성능이 향상된 고부가 제품을 내놓고 시장을 선점하는 일이 중요하다.

다만 단결정 양극재는 올해 양산을 처음 시작한 제품인 만큼 아직 수율 개선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퓨처엠 수요 둔화에 고부가 라인업 강화, 김준형 수율 향상 채찍질

▲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광양공장. 광양공장에서는 올해 3월 단결정 양극재 생산을 처음 시작했다. <포스코퓨처엠>

증권업계에서는 단결정 양극재의 저조한 수율을 최근 포스코퓨처엠 실적 부진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특히 단결정 양극재 수율이 정상화되지 않은 탓에 함께 출하돼야 할 다결정 양극재 매출에도 차질이 발생한 데다 재작업 과정에서 제조원가가 상승하며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1~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 3조6140억 원, 영업이익 1095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3.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2.6% 후퇴했다.

이 때문에 김준형 사장도 단결정 양극재 양산에 속도를 내며 수율 개선에 더 많은 경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단결정 양극재 양산이 올해 시작된 만큼 초기 수율 부진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로 여겨진다. 배터리 셀 뿐 아니라 소재에서도 수율 정상화까지는 일정 부분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포스코퓨처엠도 단결정 양극재 양산을 3월 본격화한지 9개월가량 공정 경험을 축적하며 수율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업계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이 수율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며 현재 내부적으로 목표로 삼았던 수율에는 어느 정도 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단결정 양극재의 수율은 향후 포스코퓨처엠 실적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퓨처엠은 하이니켈 단결정 양극재의 생산 안정화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단결정 양극재에 대한 고객사들의 주문이 늘어나는 데 따라 생산 일정을 앞당기고 생산 라인을 보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