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모펀드라는 단어는 그리 좋은 이미지를 주지 못한다.
기업사냥꾼이라는 단어가 연상되기도 하고 외환위기 당시 벌어졌던 론스타 사태를 아직 잊지 못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론스타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사모펀드 관련 법이 제정되면서 국내 첫 번째 사모펀드가 설립됐는데, 그 회사가 바로 MBK파트너스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운용 자산규모만 260억 달러에 이르는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이자 글로벌 5대 운용사로 성장했다.
특히 코웨이, ING생명 등 굵직한 M&A를 통해 기업의 성장성을 끌어올리면서 기업 생태계에 새로운 역동성을 가져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MBK파트너스를 창립하고 성장시킨 주인공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다.
김병주 회장은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 최고 부자에 오르면서 더 유명세를 타게 됐다.
포브스가 집계한
김병주 회장의 재산은 무려 12조8천억 원으로 2위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보다 2조 원 넘게 많다.
과연
김병주 회장은 어떻게 해서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가 됐을까?
아시아 사모펀드 업계의 개척자, 대부로 불리는
김병주 회장의 성공 비결과 투자전략을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 MBK를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로 키운 김병주 회장의 비결은?
김병주 회장은 10대 시절에 미국 유학을 떠나 골드만삭스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이 시절은 힘들긴 했지만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돈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이후
김병주 회장은 세계 최고 사모펀드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에 입사했으며 2000년 한미은행 인수, 매각을 성공시키면서 일약 업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김병주 회장은 특히 7천억 원이라는 엄청난 시세 차익을 달성한 덕분에 부회장까지 오르며 칼라일그룹에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05년
김병주 회장은 돌연 칼라일을 떠나 MBK를 창업했다. 미국이 아닌 아시아 지역을 위해 투자하고 사업을 하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후 김 회장의 MBK파트너스는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약 70여 건의 인수합병을 성공시키며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로 성장했다.
MBK파트너스의 성공 비결은 과감하지만 치밀한 투자전략에 있다.
김병주 회장은 인수 대상 기업의 성장성이 보이면 1조 원 이상의 통 큰 배팅을 하는 걸로 유명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자신만의 투자 원칙이 있다.
경기 흐름을 덜 타는 내수 기업, 안정적 수익과 고객 충성도를 가진 리딩 회사 등 될성부른 알짜기업을 골라서 투자한다는 것이다.
ING생명, 웅진 코웨이, 일본 최대 테마파크 ‘유니버셜 스튜디오재팬’ 등의 회사들이 대표적 사례다.
김병주 회장 인수합병의 특징은 막판 뒤집기로 인수를 성공한 적이 많다는 것이다.
ING생명이 매물로 나왔을 때 우선협상대상자는 MBK가 아닌 동양생명이었지만 막판에 협상이 난항을 겪는 틈을 파고들어 결국 최종 승자는 MBK파트너스가 됐다.
인수한 뒤에는 기업 가치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도
김병주 회장의 특기다. ING생명은 과감한 사업 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고 웅진코웨이(현재 코웨이)에는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자문을 바탕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기업 체질 개선을 실행한 결과 웅진코웨이의 시가총액은 2013년 3조 원에서 6년 만에 7조 원으로 뛰어올랐다.
◆ 대한민국 최고 부자는 앞으로 어디에 투자할까?
그렇다면, 대한민국 최고 부자가 생각하는 미래 유망 투자처는 어딜까?
첫 번째는 실버·헬스케어 산업이다.
김병주 회장은 지난해 일본의 노인 돌봄 업체를 인수한데 이어 국내에서는 3D 구강 스캐너 기업 메디트, 올해는 오스템임플란트를 사들였다.
일본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만큼 실버 헬스케어 시장이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메디트는 구강 스캐너 시장 글로벌 3위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알짜 기업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M&A시장 최대어로 꼽히며 쟁쟁한 경쟁자들이 인수전에 참여했다.
김병주 회장은 여기서 또 한 번 특기인 막판 뒤집기를 성공시켰다. 우선협상자였던 GS컨소시엄의 협상이 깨진 틈을 파고든 것이다.
통상적으로 첫 협상이 불발되면 인수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을 노리고 이후 발빠른 물밑 협상을 진행해 더 유리한 조건으로 메디트 인수전의 최종 승자가 됐다.
김병주 회장은 메디트와 오스템임플란트를 구조적으로 결합해서 매출 향상과 비용 절감을 통해 기업가치를 향상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런 전략을 ‘애드온 투자’라고 한다. 연관기업 인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융합형 M&A 방법이다.
김병주 회장은 이미 애드온 투자로 한번 큰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 일본 골프장 업체와 골프 매니지먼트 회사 등을 차례로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여 무려 3조 원의 차익을 남긴 것이다.
김병주 회장이 꼽는 두번째 유망 투자처는 바로 중국 내수시장이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부터 중국 렌터카 업체를 비롯해 테마파크, 뷰티, 교육업체 등 다양한 기업들에 투자를 하고 있다.
김병주 회장은 앞으로 중국이 내수시장을 통해 성장을 견인하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은 정권 특성상 리스크와 변수가 더 많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사모펀드 가운데 중국 내수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곳은 MBK뿐이다.
사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김병주 회장이지만 실패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케이블 업체 딜라이브, 아웃도어업체 네파 등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홈플러스는 김 회장의 가장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무려 7조 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지만 인수 8년차를 맞은 지금에도 홈플러스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점포 매각을 추진하면서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다. 사모펀드들은 인수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과정에서 과감한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노사갈등을 겪는 일이 많다.
과연
김병주 회장이 갈등을 봉합하고 홈플러스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병주 회장은 “성공은 준비와 기회가 만나는 곳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가 글로벌 5위 운용사로 성장한 건 운이나, 동물적인 투자 감각 때문이 아니라 끊임없는 준비, 기회를 찾는 노력 속에 이뤄진 일이라는 뜻이다.
김병주 회장은 앞으로 아시아식 자본주의, 아시아 기업들의 잠재력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과연 김 회장이 MBK파트너스를 글로벌 탑 3 업체로까지 키워낼 수 있을지, 또 대한민국 최고 부자라는 타이틀에 맞게 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획제작 : 성현모, 서지영, 강윤이 / 촬영 : 김원유, 김여진 / 진행 : 윤연아 / 출연 : 정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