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이 열린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 있는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 동상. 수카르노 동상 뒤로 인도네시아 금융 중심지인 수디르만지역(Sudirman Central Business District) 고층 빌딩이 늘어서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들어 국내 금융회사들이 아세안 국가 진출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시중은행을 비롯해 보험, 증권, 카드사 등 2금융권의 인도네시아 등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현지화를 향한 소매금융 접점 확대는 물론, 인터넷은행의 태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면서 아세안 국가에서 K-금융의 영향력이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 자동차금융을 중심으로 소매금융이 확산하고 있는 캄보디아, 인터넷은행 설립을 결정하며 국내 금융회사에 걸어둔 빗장을 풀려는 태국 등에서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KB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는 각각 인도네시아와 인도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KB금융지주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정상화를 위해 앞서 6월 1조4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KB금융지주는 2018년 7월 부코핀은행을 인수하며 정상화에 애써왔다. 당분간 추가 유상증자는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KB부코핀은행은 내부적 개혁과 IT투자, 사업 고도화 등을 진행해 정상화하기 위해 매진한다”고 말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7월13일 인도 노이다 지점을 개점했다. 인도는 아세안 국가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인구수인 약 14억 명을 기록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인도를 중심으로 향후 서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을 세웠다.
김용기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은 “인도는 약 13억 명의 인구 인프라를 갖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으로 농협은행의 강점인 농업·공공금융을 통해 다양한 시너지 사업이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노이다지점은 서남아시아 시장 진출의 주요 거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 보험업계에서도 아세안 국가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DB손해보험은 6월16일 베트남 손해보험회사인 사이공하노이보험(BSH)을 인수했다. 약 75%의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BSH는 베트남 하노이의 손해보험사다. 2022년 말 베트남 손해보험시장에서 4.5% 점유율을 확보했다.
DB손해보험은 앞서 2011년 베트남 호치민에 사무소를 설치한 뒤 2015년 베트남 국영보험사인 PTI를, 2월에는 VNI를 인수했다. 모두 3곳의 현지 보험사를 인수했는데 올해만 2곳을 사들였다.
DB손해보험은 베트남 인구가 약 1억 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침투율은 2.5%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
▲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오른쪽)와 티고르 M.시아한(Tigor M.Siahaan) 인도네시아 슈퍼뱅크 대표가 13일 인도네시아에서 양사 협력 추진을 위한 기념식을 진행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 <카카오뱅크> |
농협손해보험은 현지 손해보험회사인 PVI와 함께 업무협약을 맺고 베트남 현지 진출을 위한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농협손해보험은 앞서 2018년에도 베트남 국유은행 아그리뱅크의 보험계열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진출을 노렸지만 이뤄지지 않았었다.
국내 투자회사인 한화투자증권과 대신증권 등도 각각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6월15일 이사회를 열고 인도네시아 칩타다나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같은 달 165억 원을 투자해 80% 지분을 확보하는 계약을 마쳤다.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칩타다나 인수안을 결의한 뒤 “세계에서 인구가 4번째로 많고 평균 연령 30세로 디지털에 익숙한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이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인도네시아 진출을 통해 동남아를 대표하는 디지털 금융회사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베트남 시장 진출을 위해 6월 베트남 국빈방문 경제사절단에 참가했다. 전통 금융업권에서 경제사절단에 들어간 곳은 대신증권이 유일했다.
대신증권은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온라인 주식거래 시스템을 수출했으며 베트남에는 현지 증권사와 업무제휴를 맺었었다. 다만 직접 진출하진 않았다.
국내 인터넷은행, 핀테크 가운데서는 카카오뱅크가 아세안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카카오뱅크는 6월 태국 3대 금융지주사인 SCBX와 손잡고 태국 인터넷은행 설립 인가를 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태국은 인구가 약 7천만 명에 달하는 데다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영향력이 커 국내 금융회사가 진출한 뒤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는 앞서 10일 동남아시아 최대 플랫폼 그랩과 함께 인도네시아 인터넷은행 슈퍼뱅크 지분 10%를 확보하는 전략적 투자를 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슈퍼뱅크 지분 확보를 두고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전략적 서비스 제휴 및 기술 협력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뱅크 네트워크 구축 방안’도 논의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카카오뱅크가 미래 은행의 성공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다양한 기회를 모색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