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애플 아이폰15의 국내 출시를 하루 앞둔 가운데 일명 ‘휴대폰 성지(단통법을 피해 공시지원금 이상 보조금을 지급하는 매장을 뜻하는 은어)’로 불리는 곳에서 불법 보조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125만 원의 아이폰15(128GB)는 최저 29만 원에 구매 가능하고 출고가 250만 원의 아이폰15프로맥스(1TB)도 189만 원에 살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이폰15 ‘휴대폰 성지’서 29만 원에 구매 가능, 통신사 불법 보조금 기승

▲ 12일 아이폰15 국내 출시를 앞둔 가운데 이른바 ‘휴대폰 성지’라 불리는 곳에서는 큰 액수의 불법 보조금을 활용해 통신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합뉴스>


12일 스마트폰 커뮤니티 ‘뽐뿌’를 통해 확인한 주요 휴대폰 성지의 보조금 시세표를 보면 통신사가 6일부터 사전예약을 시작한 아이폰15의 시세표가 올라오고 있다.

강변 테크노마트, 남부터미널 국제전자센터, 노원 와우쇼핑몰, 부천 까뮤스퀘어, 의정부 센트럴타워 등 휴대폰 성지라고 불리는 곳들의 아이폰15 보조금 시세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면 출고가 125만 원의 아이폰15(128GB)는 29만~49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

공시지원금을 가장 높게 책정한 LG유플러스의 지원금 최대치가 45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51만 원의 보조금을 유통점에서 추가로 지급해주는 셈이다. 

출고가 135만 원인 아이폰15플러스(128GB)는 84만~103만 원, 155만 원에 출시된 아이폰15프로(128GB)는 84만~124만 원에 구입 가능하다. 또 250만 원으로 출시된 최고 사양의 아이폰15프로맥스(1TB)는 일부 매장에서 189만 원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은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최대 15%)을 제외한 보조금 지급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통신사가 45만 원의 공시지원금을 책정하면 유통점이 지급할 수 있는 지원금은 공시지원금의 15%인 6만7500원을 합쳐 총 51만7500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통신사 입장에서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면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됐을 때 공격적으로 유통점에 주는 판매장려금을 확대해 가입자를 끌어 모을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새 스마트폰이 출시되는 시기에는 판매장려금을 활용한 불법보조금이 더욱 활개를 치게 된다.

특히 이동통신 시장의 성장이 둔화된 상황인 만큼 통신사의 밥그릇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사 입장에서 아이폰 출시는 1년 가운데 가장 큰 이벤트”라고 말했다. 
 
아이폰15 ‘휴대폰 성지’서 29만 원에 구매 가능, 통신사 불법 보조금 기승

▲ 애플이 13일 국내에 출시하는 아이폰15. <비즈니스포스트>

통신업계나 정치권에서는 최근 공시지원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법보조금을 없애고 과도한 경쟁비용을 절감해 이를 재원으로 통신요금 인하경쟁을 유도하자는 취지로  2013년 제정된 단통법이 이미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정보통신협회(KAIT)는 불·편법으로 영업하는 ‘휴대폰 성지’ 판매점 대해 거래중지·경고 등 자율규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가장 높은 조치인 사전승낙서 철회 건수가 2021년 442건에서 2023년(1~9월) 919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온라인 성지는 떳다방 형식의 영업방식으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다”며 “단통법 시행 10년 경과에도 불구하고 온·오프라인 성지는 여전히 성행 중이고 최대 50만 원의 불법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통신사들의 지원금 현실화를 위해 단통법상 유통망 추가지원금 한도를 기존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상향하는 단통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추가지원금 한도를 30% 상향하는 방안은 2021년에도 추진됐으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올해 8월 새로 취임한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단통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8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적절한 경쟁이 병행돼야 가격이 인하될 수 있는데 단통법으로 묶어놓으니까 거꾸로 부작용이 발생해 단말기 가격이 인하되지 않고 있다”며 “지금 법안 개정 문제를 방통위와 공정위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과방위 의원들도 단통법 개정 필요성에 그 어느때보다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추가지원금 한도를 30% 상향해도 큰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유통점의 한 관계자는 “추가지원금을 상향 조정하더라도 현재 성지라고 불리고 있는 매장에서 주는 불법보조금 규모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단통법 개정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