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게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이 배터리 관리 반도체로 고객사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배터리 관리 반도체(BMIC)를 생산해 차량용 반도체 품목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BMIC를 비롯해 전력반도체, 질화갈륨반도체 등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성장하면서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2026년 전세계 파운드리 팹(공장)의 월간 8인치 웨이퍼 생산능력이 올해보다 14% 증가한 770만 장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팹 생산능력은 같은 기간 3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같은 성장세는 전기차 보급 확대로 전기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1484만 대에서 2035년 7870만대까지 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계현 사장은 시장이 가파르게 커지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BMIC에 주목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BMIC는 전기차 또는 에너지 저장시스템(ESS)에 탑재된 수백개의 배터리 셀의 전압과 온도정보를 파악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배터리 화재 위험성이 전기차 판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인 만큼 배터리 관리 반도체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BMIC는 전기차에 최소 10개 이상 탑재되며 배터리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충전과 방전 효율성까지 높이는 특징을 지닌다.
트랜스패런시 마켓리서치와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용 반도체 시장은 2025년까지 10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BMIC 시장은 2021년 16억 달러(2조1800억 원) 규모에서 2030년 48억 달러(6조5천억 원)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경 사장은 8인치 파운드리에서 BMIC 생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첨단 IT제품용 반도체 파운드리를 위해 12인치 웨이퍼를 주력으로 삼고 있지만 8인치 파운드리도 꾸준히 키워오고 있다.
과거에는 8인치 파운드리의 경우 삼성전자와 TSMC 등이 주로 첨단 공정에 활용하는 12인치 파운드리와 비교해 부가가치가 적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2020년부터 차량용 반도체와 사물인터넷 등 범용 반도체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8인치 웨이퍼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유리해 차량용 반도체인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이나 전력반도체(PMIC) 등에서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 기흥사업장에서 8인치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은 2022년 초 기준으로 월 30만장으로 알려져 있다.
경 사장은 8인치 파운드리에서 그동안 전력반도체(PMIC),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를 생산해 왔는데 이번에 BMIC를 추가함으로써 전기차용 반도체 사업 확대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경 사장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모바일용 반도체 비중을 낮추고 성장성이 높은 차량용 반도체 비중을 늘려나가려는 것으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올해 7월 파운드리 포럼에서 8인치 파운드리에서 질화갈륨 전력반도체 서비스 개시 구상을 알리면서 차량용 반도체 주문생산 확대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올해 초에는 사내에 ‘전력반도체 태스크포스’를 신설해 역량 강화의 기반을 다졌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장치에 알맞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제품으로 전기차 동력장치나 자율주행에 필요한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등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질화갈륨 전력반도체는 자율주행용 센서와 같은 무선통신과 전기차 충전 등에서 안정적 전력변환에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만큼 파운드리 선두 TSMC를 추격하는 삼성전자로서는 차량용 반도체가 다양한 파운드리 고객사를 늘릴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TSMC는 2020년부터 질화갈륨 전력반도체 위탁생산에 발을 내디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질화갈륨 반도체 시장규모는 2018년 5억7천만 달러에 머물지만 해마다 두 자릿수 비율의 성장을 지속해 2029년에는 50억 달러(약 6조8천억 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전기차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면 지난해 기준 매출 208억 달러(약 28조3500억 원)로 추산되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새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삼성전자는 성장하는 전기차용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 관리 반도체(BMIC)의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최근 글로벌 모빌리티 박람회 IAA 2023에서 알린 바 있다”며 “다만 구체적으로 8인치와 12인치 가운데 어떤 공정을 사용하는지 여부와 생산일정에 대해서는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인 만큼 알려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