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발주처가 계약을 취소한 반잠수식 시추선의 선수금을 돌려주는 대신 소유권을 넘겨받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시추선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저유가 탓에 글로벌 해양플랜트 수요가 사라져 건조대금을 충분히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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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23일 현대중공업과 노르웨이 에너지기업 프레드올센에너지에 따르면 두 회사는 반잠수식 시추선 ‘볼스타돌핀’ 프로젝트를 둘러싼 중재를 끝내기로 합의했다.
합의내용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시추선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대신 선주사로부터 받은 선수금 1억7600만 달러를 돌려주기로 했다.
볼스타돌핀은 현대중공업이 2012년 5월에 수주한 7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다. 현대중공업은 애초 이 시추선을 군산조선소에서 건조해 지난해 3월 인도하려고 했다.
그러나 선주사가 최초 합의한 기본설계와 규정을 무리하게 변경하도록 요구하고 승인 절차를 지연하는 등 공정을 방해해 공사기간이 늘어났다고 현대중공업은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10월 런던해사중재인협회(LMAA)에 중재신청을 한 뒤 선주사로부터 1억6700만 달러의 대금을 추가로 받고 인도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주사는 즉각 시추선 인도지연을 이유로 현대중공업에 계약취소를 통보하고 선수금 1억8600만 달러와 이에 대한 이자의 반환을 요구했다. 현대중공업은 다시 5억1900만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하며 이에 맞섰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프레드올센에너지의 합의에 따라 양사는 서로 상대방에 대한 중재신청을 철회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선주사의 요구 금액 가운데 1억7600만 달러만 돌려주는 대신 시추선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받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시추선을 제3자에게 팔거나 임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글로벌 해양플랜트 업황이 좋지 않아 시추선 판매나 임대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는 올해 해양플랜트를 단 한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글로벌 에너지기업들도 저유가 탓에 수지가 맞지 않아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해양플랜트를 100%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