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이미 현실인데 네이처가 대책 연구 등한시", 미국 학계에서 논란

▲ 미국에서 기후변화 연구도 중요하지만 이미 변화한 기후에 적응하는 연구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패트릭 브라운 브레이크스루 연구소 기후에너지 공동팀장은 현재 학계가 기후적응 연구를 금기로 보고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불타는 하와이 라하이나 카운티.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하와이 화재 사태 이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대비책을 연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학계에서 높아지고 있다. 네이처 등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가 기후변화 연구만 싣는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에 네이처가 해당학자의 제재를 고려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연구기관 브레이크스루 연구소가 기후변화 피해에 대비할 수 있는 구체적 수단을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패트릭 브라운 브레이크스루 연구소 기후에너지팀 공동팀장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나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서 캘리포니아의 화석연료 비축량과 산불의 빈도 상승을 연관 짓는 연구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왜냐하면 최근 연구들이 모두 기후변화라는 일면에만 집중하고 변화한 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연구는 등한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라운 팀장은 이번 하와이 화재 관련 연구를 사례로 들었다. 하와이 화재는 8월 초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해 라하이나 카운티에서 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850명 이상이 실종된 재난 사태이다.

해당 사태는 하와이주에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와 주 당국의 에너지 공급망 관리 부주의, 그리고 돌발가뭄과 강풍 등 기후 급변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됐다.

그는 "기후변화가 하와이 화재 규모를 키운 것은 사실이지만 하와이주 정부 측에서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했다면 피해 규모를 축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계가 기후변화라는 굉장히 좁은 주제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이미 현실이 된 기후변화가 일으킬 수 있는 피해를 대비할 수 있는 구체적 수단을 연구하는 것은 등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7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캘리포니아 화재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연구한 논문을 등재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브라운 팀장은 “나는 기후적응 연구를 향한 터부(금기)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학자들은 그런 연구를 하는 것이 사람들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꺾을 것이라고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조가 널리 퍼지게 된 데에는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국제학술지들이 기후변화 연구에 관련한 논문만을 장려한 탓이 크다고 브라운 팀장은 지적했다.

이에 막달레나 스키퍼 네이처 편집장은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과학 연구에 있어서 네이처는 특정 분야를 장려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브라운 팀장의 발언과 관련해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익명의 일부 전문가들은 두 가지 다 중요한 연구라며 브라운 팀장의 발언에 동의했으나 지금 한쪽을 강조하는 것은 자칫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보수정치인들은 브라운 팀장의 이번 발언을 확대해석해 그가 기후과학계의 왜곡된 연구를 폭로한 내부폭로자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공화당 소속 제임스 갤러거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진보 세력이 기후변화를 내세우기 위해 일부 데이터만 체리피킹(선호하는 사실만을 따로 고르는 행위)하고 있었는데 패트릭 브라운 팀장이 이를 잘 지적했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