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중국 저가공세 방어 기지는 미국 시장, 권영수 생산능력 확대 서둘러

▲ LG에너지솔루션이 저가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배터리업계의 글로벌 시장 영향력이 커지는데 맞서 미국 현지 증설에 속도를 내며 북미 시장 주도권 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저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배터리업계 공세에 미국 현지 증설에 속도를 내며 북미 시장 장악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증설 확대 기조는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주력제품인 삼원계(NCM) 배터리에 적합한 현지 시장의 특성뿐 아니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세제혜택도 십분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6일 LG에너지솔루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기존 계획보다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 정책 기조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기조가 강화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조지아주는 8월31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현대자동차와 조지아주에 건설할 예정인 합작공장에 대해 2조6천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에 나섰다고 밝혔다.

애초 두 회사는 2028년까지 5조7천억 원을 들여 연간 약 30만 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에 추가 투자 계획까지 실현되면 투자규모는 8조 원을 넘게 된다. 

이는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저가 배터리 물량공세로 글로벌 시장 잠식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안마당’으로 삼으려는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보다 더 단단하게 다지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자국 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수요보다도 훨씬 많은 양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시장조사기관 CRU그룹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중국 전역에서만 배터리 생산능력이 1500GWh(기가와트시)에 달하면서 중국 연간 배터리 수요예측치인 636GWh의 두 배가 넘는 물량이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업체들의 배터리 물량공세가 확대되면 글로벌 배터리시장의 경쟁이 더 심화되고 배터리 가격이 하락해 한국 배터리업계는 수익성 확보에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LG엔솔 중국 저가공세 방어 기지는 미국 시장, 권영수 생산능력 확대 서둘러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 LG에너지솔루션 >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정부의 막대한 지원에 힘입어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 시설투자와 생산증대를 계속 밀어붙인다면 한국 등 경쟁국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글로벌 전기차업체들이 중국기업이 생산하는 저가의 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비율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통상 배터리가 전기차 가격의 40% 안팎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차 업체들도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원가절감 차원에서 저가 배터리를 채택할 유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전기차업체 테슬라, 포드, 폭스바겐 등은 CATL 등과 손잡고 저렴한 LFP 배터리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전기차 업체들 가운데 중국산 배터리를 채택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이러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공세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현지 증설에 나서면서 미국 시장에 대한 영향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시장은 제도적으로 중국 배터리를 직간접적으로 차단하고 있어 LG에너지솔루션이 입지를 강화하기 유리한 데다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 적합한 시장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세부조항에 따르면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하거나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을 40% 이상 사용한 전기차에 대해서만 7500달러(약 1천만 원) 규모 보조금이 지급된다.

다만 해외우려집단(FEOC)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이 있거나 해외우려집단에서 추출, 가공 또는 재활용한 핵심광물이 있으면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된다. 해외우려집단이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인지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중국이나 중국에 협조하는 국가를 지칭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IRA를 통해 중국산 제품의 미국 내 유입이 상당히 봉쇄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현지 시장에서 비교적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 시장에서는 긴 주행거리를 갖는 삼원계 배터리가 LFP 배터리보다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권 부회장이 미국 증설에 집중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미국 소비자는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사이 거리가 상대적으로 먼 탓에 주행거리가 긴 전기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게다가 픽업트럭과 SUV 등 큰 차체의 차량 선호도 역시 다른 지역보다 높아 전기차 1대에 쓰이는 배터리 용량이 유럽이나 다른 국가들보다 더 큰 만큼 차량 1대 판매에서 배터리 셀 제조사가 얻는 매출과 이익 수준도 더 높다.

완성차업체들도 북미 시장 소비자들의 성향과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는 만큼 중국산 저가 배터리와 비교하면 값이 비싸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한국 배터리 셀 제조사들의 제품을 채용할 유인이 있는 셈이다.
 
LG엔솔 중국 저가공세 방어 기지는 미국 시장, 권영수 생산능력 확대 서둘러

▲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가 31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조지아주 배터리 합작공장 추가 투자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쳐>

권 부회장은 이미 미국에서만 GM과 합작공장인 얼티엄셀즈 1~3공장과 혼다 합작공장 등 8곳의 공장을 가동 또는 건설하고 있다.

현재 미국 미시간에 연산 20GWh 규모 단독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GM과 오하이오 합작공장(연산 45GWh)을 운영하며 연간 65GWh 생산능력을 갖췄다. 

만약 계획대로 올해 GM과 합작공장(연산 50GWh)을 추가로 가동하고 2025년 애리조나 단독공장(연산 43GWh), 오하이오의 혼다와 합작공장(연산 40GWh), 미시간의 GM과 합작공장(연산 50GWh) 가동까지 차질없이 마무리하면 2025년 기준 미국에서만 연산 200GWh가 넘는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 부회장의 이런 미국 증설 전략은 세액공제 혜택을 입으며 수익성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 약 17조5210억 원, 영업이익 약 1조940억 원과 영업이익률 약 6.24%를 거뒀다. 

고부가 제품 비중이 높은 삼성SDI는 상반기 매출 약 11조1954억 원, 영업이익은 약 8256억 원에 영업이익률 약 7.37%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해 상반기 매출 9조4130억 원, 영업이익 4550억 원을 거두며 영업이익률 약 4.83%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수익성을 상당히 개선한 셈이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유수한 완성차 업체와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생산성 향상 노력을 기울여 의미있는 성과를 달성했다”며 “탄탄한 수주 잔고와 독보적인 제품 경쟁력 등으로 세계 최고의 고객가치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LG에너지솔루션이 수익성을 크게 개선하며 삼성SDI와 비슷한 수준까지 이른 것은 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 가운데 2100억 원 이상이 IRA 규정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권 생산 확대전략과 이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 등에 힘입어 향후 높은 수익성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얼티엄셀즈 공장 생산량 확대 등에 힘입어 보조금 형태로 지급되는 첨단생산시설 세액공제 규모가 지난 분기보다 약 24% 늘어날 것이다"며 "이는 177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실적에 반영되며 영업이익이 뚜렷하게 증가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금융전문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매출 45조2825억 원, 영업이익 5조1143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 비해 매출은 29.01% 늘고 영업이익은 91.75% 증가하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에도 미국 증설에 힘을 쏟으며 중국 배터리업계에 맞서 미국 시장을 지키고 IRA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은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안에 GM과 맺은 합작투자 1기의 생산능력 극대화를 추진할 것이다"며 "향후 예정된 제너럴모터스(GM) 합작투자 2, 3기와 최근 수주한 스탤란티스, 혼다, 현대 합작투자 등 북미 증설 프로젝트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전찬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