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하루만 전기 공급", 북한 주민 전력난에 개별 태양광 패널 설치 늘어

▲ 27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한 주민들이 제대로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하자 개별적으로 태양광 패널을 구매해 설치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2월 경기 파주시에서 바라본 황해북도 개풍군의 한 주택에 태양광 발전 패널로 추정되는 물체가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북한 주민들이 전력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자 개별적으로 태양광 패널 설치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한 주민들이 국가 전력망을 우회해 소형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뒤 전력을 자체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탈북자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인 함흥의 다수 주민이 집에 불을 밝히고 TV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태양광 패널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딴 지역에서는 소형 태양광 패널 등 대체 전원의 필요성이 더욱 큰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탈북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보기 위해 1월1일 하루 단 몇 시간만 전기를 공급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마틴 윌리엄스 선임연구원은 “북한 주민들이 집에 태양광 패널을 구입하고 설치하는 것은 그들이 직면한 어려움뿐 아니라 국가가 제공하지 않은 기본 서비스를 대체하는 데 그들이 보여주는 주도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이론적으로는 태양광 발전소가 인구 전체로 분산된 개별 패널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다”며 “그러나 주민들이 따로 패널을 설치하는 이유는 국가가 필요한 전력을 공급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권도 국가 차원에서 최근 10년 동안 집중적으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만성적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스팀슨센터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지난 10년 동안 공군이 운영하는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를 지었다. 또 재무부, 중앙은행, 외환은행, 정보통신부 등 국가 기관과 몇몇 산업의 공장에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북한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미국 캘리포니아 노틸러스연구소의 폰 히펠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재생에너지에 관한 관심은 소련 붕괴로 북한이 전력 부족을 겪었던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태양광 발전에 가장 좋은 기상 조건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영국이나 한국보다는 낫다”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북한의 자립철학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태양광 관련 시설을 확대할 수 있는 바탕에는 값싼 중국산 수입품 유입이 꼽혔다.

스팀슨센터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이 소형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때 드는 비용은 15달러(약 2만 원)에서 50달러(약 6만6천 원)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현재 소형 태양광 패널 288만 개가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가정용 전력 수요의 7%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중국산 제품이 북한으로 100만 개 이상 반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인권 문제 탓에 유엔이 제재를 내려 수출 길이 막혀 있던 중국산 패널들이 북한으로 흘러든 것이다. 

폰 히펠 연구원은 “태양광 셀을 생산하려면 고순도 실리콘 제조시설 등 북한이 접근할 수 없는 설비가 필요하다”며 저렴한 중국산 태양광 셀이 유입돼 북한에서 조립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