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노사관계에 관한 한 정몽구 회장의 ‘오른팔’이다. 정 회장이 이끌고 있는 품질경영의 성패는 노사관계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노사관계는 생산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올해 통상임금 문제 등 현대기아차그룹에 노사관계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윤 부회장의 역할은 크다.


  현대차 노사문제 윤여철 부회장만 믿는다  
▲ 윤여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현대차는 올해 4∼5월 중 신형 제네시스를 미국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제네시스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다. 제네시스는 지난 해 말 현대차가 야심적으로 내놓은 신차다. 정 회장의 ‘품질경영’이 모두 담겨있는 차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기대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윤 부회장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는 올해 어느 때보다 노사화합이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현대차의 품질경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노사관계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정 한국외대 교수는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 노사관계의 안정 및 생산성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노사관계는 종종 정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해 756만대를 팔아 판매량을 전년 대비 6.1% 늘렸다. 이에 따라 매출도 전년 대비 3.4% 늘어난 87조3,076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8조3,155억원으로 1.5% 줄었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데다 파업으로 인한 공장 가동률 저하로 채산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파업으로 1조7,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 회장이 올해 시무식에서 ‘사업장과 관리체계의 혁신’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사관계의 혁신을 통해 샌상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 혁신을 책임질 인물이 다름아닌 윤 부회장이다.


윤 부회장은 1952년생으로 말단 사원에서부터 부회장의 자리까지 올라 ‘샐러리맨의 신화’를 쓴 인물이다. 현대차의 ‘노무통’으로 손꼽힌다. 서울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차에 입사해 처음 맡은 일은 도배업무였다. 그는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며 성실히 일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2004년 노무관리 지원담당 부사장을, 2005년 울산공장장 사장을 맡으면서 노무관리 경험을 쌓았다.


윤 부회장은 노사관계를 놓고 항상 ‘원칙론’을 고수한다. 그는 2008년 11월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에 선임된 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무파업을 달성했다. 현대차 역사상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2011년 노사갈등에서도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시련도 있었다. 윤 부회장은 노조원 분신사태의 책임을 지고 2012년 물러났다. 그러나 2013년 파업이 장기화되자 정 회장의 부름을 받고 복귀하여 노조협상을 마무리했다. 윤 부회장은 단체협상에서 ‘원칙에 입각한 교섭 통한 노사관계 정립’을 강조하며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대부분 철회시켰다. 정 회장의 신임에는 이런 윤 부회장의 원칙론이 크게 작용한다.


올해 윤 부회장의 당면 과제는 통상임금 문제다. 현대차는 고정상여금과 기타수당이 기본급보다 많은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지닌 대표적인 곳이다. 따라서 통상임금의 범위가 넓어지게 되면 현대차의 비용부담은 크게 증가하게 된다. 윤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추가 인건비 부담만 13조2,000억원에 달하는 등 기업들이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지난 1월 민주노총이 철도파업을 계기로 총파업을 벌일 때 현대차 노조가 잔업을 거부하며 총파업에 동참하자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에 대해서는 원리 원칙대로 고소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