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증권업계에 전반적으로 충당금 적립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자본 규모 후순위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리테일(소매금융)의 강자인 키움증권과 전통적인 IB(기업금융) 강자인 NH투자증권이 두각을 나타냈다.
 
증권사 2분기 리테일·IB 강자가 웃었다, 충당금 부담 속에서 키움 NH 두각

▲ 2분기 충당금 적립 등으로 증권사들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사들.


증시거래대금 증가 추세 속에 이들의 약진은 3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대 증권사 가운데 메리츠증권과 대신증권을 제외한 8개 증권사가 현재까지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하나·KB·신한투자·키움 등 8개 증권사의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조2085억 원으로 전기 대비 40.7% 급감했다.

2분기 국내 부동산 PF 및 CFD(차액결제거래), 해외부동산 대체투자에서 부실이 발생해 일부 증권사들이 충당금을 적립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자본 규모로는 후순위인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업계 1, 2위 규모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보다 큰 2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 영업이익 순위는 자본 순위와는 크게 달랐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NH투자증권이 2204억 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증권(2004억 원), KB증권(1941억 원), 키움증권(1809억 원)이 그 뒤를 이었다. 

자본 규모로는 2위인 한국투자증권(1596억 원), 1위인 미래에셋증권(1567억 원)은 각각 5, 6위를 차지했다. 신한투자증권(1294억 원), 하나증권(-329억 원)도 자본 규모에 비해 영업이익이 적었다. 

증권업은 통상 자본규모로 순위를 매기는데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3월말 별도 기준 자본 규모는 미래에셋증권(9조3323억 원), 한국투자증권(7조6100억 원), NH투자증권(6조8066억 원), 삼성증권(6조926억 원)이 6조 원 이상을 기록했다. 

그 외엔 하나증권(5조9271억 원), KB증권(5조8065억 원), 메리츠증권(5조6361억 원), 신한투자증권(5조2755억 원), 키움증권(4조2278억 원), 대신증권(2조261억 원) 순이다. 

우선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상대적 부진에는 충당금 적립이 한 몫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상대적으로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2분기 해외부동산 자산에서 손실이 나고 CFD 미수채권이 발생한 결과 약 770억 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투자증권도 마찬가지로 CFD 미수채권, 해외 부동산 손실 등과 관련해 1천억 원에 이르는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하나증권은 10대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로 전환했다. 국내 부동산PF와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 우려에 1천억 원 넘는 충당금을 적립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은 리테일과 IB에서 각각 두각을 드러내며 실적을 선방했다. 

2분기는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들이 실적을 내는 데에 유리했다. 2차전지 등 테마주 열기에 힘입어 2분기 거래대금이 일 평균 21조2천억 원을 기록했기 때문다. 1분기보다 20% 이상 증가한 규모였다. 

덕분에 리테일의 강자, 키움증권이 좋은 실적을 거뒀다. 키움증권은 국내 주식거래 점유율 30%로, 리테일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 2분기 리테일·IB 강자가 웃었다, 충당금 부담 속에서 키움 NH 두각

▲ 2분기 키움증권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키움증권은 증시 거래대금이 증가할 때마다 실적이 가장 크게 증가하는 리테일 대표 증권사로 자리 잡았다. 대표 주식거래 플랫폼 ‘영웅문’은 주식거래라 하면 곧 떠오를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CFD 관련 키움증권 역시 미수채권 충당금을 900억 원 적립했다. 하지만 증시 거래대금 증가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본 결과 자본규모 최하위권의 ‘다윗’ 키움증권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이라는 ‘골리앗’의 영업이익을 넘어설 수 있었다. 

NH투자증권은 뛰어난 IB 역량을 발휘하면서 2분기 영업이익 1위 타이틀을 차지했다. 

NH투자증권은 2분기에 3조 원어치 이상의 국내 회사채 발행을 대표주관하고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에 성공했다. 올해 침체됐던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처음으로 기업가치 1조 원을 넘긴 ‘대어’ 파두의 상장도 성공적으로 주관했다.  

금융가에선 하반기에도 2분기와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해외 부동산 관련 충당금 적립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해외부동산 투자의 경우 대체로 자본력이 우수한 대형사의 비중이 높은데 최근 해외 선진국 주요 도시 오피스의 공실률 상승, 가치하락에 따라 손실 위험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증시거래대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여서 키움증권 등 리테일 강자들의 약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분기 들어 증시 일 평균 거래대금은 7월 27조 원, 8월 26조8천억 원으로 2분기보다 늘어났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