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하드웨어 시장 불황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 실적이 줄어들었음에도 수익률이 높은 서비스부문 매출 증가에 힘입어 월가 전망치를 상회하는 순이익을 냈다. 사진은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위치한 애플스토에서 한 고객이 애플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앱스토어와 콘텐츠 플랫폼 등 서비스부문 성장에 힘입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아이폰을 비롯한 하드웨어 판매 부진으로 전체 매출이 3개 분기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서비스부문이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이 최근 엔비디아 및 픽사와 3차원(3D) 콘텐츠 동맹을 맺으면서 앞으로 확장현실(XR) 기기를 통한 앱 수수료와 구독서비스로 서비스부문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2분기(애플 회계연도 3분기) 순이익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3% 증가한 199억 달러(약 25조9504억 원)를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의 기존 전망치를 6.4% 상회하는 수준이다. 애플의 서비스부문 매출이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쓰면서 증권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순이익을 뒷받침했다.
앱스토어 수수료와 자체 콘텐츠 플랫폼, 클라우드 등으로 구성된 애플의 서비스부문 매출은 1년 전보다 8% 증가한 212억 달러(약 27조6456억 원)로 집계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의 서비스부문 매출 증가뿐 아니라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인 점에 주목했다. 애플의 서비스부문 영업이익률은 71%로 하드웨어 판매 수익률의 2배 수준에 이른다.
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 같은 하드웨어 판매 부진으로 애플의 매출은 올해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하락했다.
하드웨어 판매 불황으로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는 와중에 서비스부문이 저력을 보이면서 순이익에 긍정적인 기여를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서비스부문의 가입자 수는 3년 전보다 100% 늘어났다”며 “애플의 하드웨어 판매 의존도를 낮춘다는 측면에서도 서비스부문 사업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애플은 엔비디아와 픽사 등 기업과 3차원 기술 동맹을 맺었다. 이를 놓고 3차원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확장현실(XR) 기기인 '비전프로'를 통해 콘텐츠 수수료와 스트리밍 구독자를 늘려 서비스부문 수익을 더욱 증가시키려는 목적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사진은 애플이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 에서 공개한 비전프로를 통해 3차원으로 농구경기 다시보기를 제공하는 모습의 갈무리. <애플> |
애플이 콘텐츠 사업에 더욱 힘을 주면서 서비스부문 매출을 증대시켜 수익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자전문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애플은 현지시각 2일 엔비디아와 픽사, 어도비와 같은 기업들과 3차원 영상 콘텐츠 개발을 협업하는 ‘오픈USD(Universal Scene Description)’ 동맹을 맺었다.
오픈USD는 3차원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제작 기업인 픽사가 내놓은 기술이다.
더버지는 애플이 확장현실(XR) 헤드셋인 ‘비전프로’를 공개한 뒤 2달 뒤에 3차원 콘텐츠 협업을 발표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애플이 ‘공간 컴퓨터’라고 부르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전프로는 사용자가 3차원 영상을 경험하도록 하는 기기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3차원 영상을 다루는 주요 기업들과 협업으로 비전프로의 콘텐츠 개발 환경을 향상시키면 콘텐츠 개발자들이 비전프로에 최적화된 앱을 만들기가 한결 쉬워질 수 있다.
애플의 수석 부사장 마이크 록웰은 더버지에 “애플의 ‘오픈USD’ 참여는 비전프로의 운영체제 및 앱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프로에 최적화된 앱이 다수 출시될수록 앱 수수료 수익도 늘어나면서 서비스부문 매출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아울러 애플TV플러스와 같은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자 확충 또한 기대할 수 있다.
애플이 비전프로의 주 사용처 가운데 하나로 3차원 영화와 TV프로그램 시청을 꼽은 점을 고려할 때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와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이 3차원 콘텐츠에 높은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과 동맹을 맺으면서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자를 늘리고 비전프로 앱 수수료를 확보해 서비스부문 매출 향상을 겨냥할 토대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애플은 2024년 비전프로를 시장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부품 조달에 애로를 겪으면서 비전프로의 목표 생산량을 기존 100만대에서 40여만 대로 낮춰 잡았다.
비전프로 확산이 더디게 진행된다면 이에 최적화된 콘텐츠로 서비스부문 매출을 빠르게 높이는 일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의 애널리스트 제이슨 로우는 파이낸셜타임즈에 “비전프로는 2024년에 35만개 판매되는데 머물 것”이라면서도 “애플은 2029년까지 모두 2천만 대의 비전프로를 판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 단기적으로 비전프로 판매에 애로를 겪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성공 가능성이 커 이와 관련한 서비스부문 매출도 커질 여지가 많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