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1년 유예기간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초고령화 시대 수익률 현실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증권사는 기존 퇴직연금시장의 강자인 은행이나 보험업계보다 높은 수익률을 강점으로 내세워 고객 유치에 뛰어들 전망이다. 340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시장을 향한 국내 증권사들의 진격이 예고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디폴트옵션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국내 증권사들의 준비 현황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퇴직연금 판 바꾼다①] 7월 디폴트옵션 본격 시행, 340조 머니무브에 쏠리는 눈
[퇴직연금 판 바꾼다②] '첫 성적표'에서 확인된 비교우위, 증권사 약진 디딤돌되나
[퇴직연금 판 바꾼다③] 삼성증권 유정화 본부장 "5년전부터 운용 준비, 시장 최적 대응력"
[퇴직연금 판 바꾼다④] 미래에셋증권 최종진 연금본부장 인터뷰
[퇴직연금 판 바꾼다⑤] 한국투자증권 홍덕규 퇴직연금본부장 인터뷰
[퇴직연금 판 바꾼다⑥] NH투자증권 홍국일 연금컨설팅본부장 인터뷰

[퇴직연금 판 바꾼다③] 삼성증권 유정화 상무 “5년 전부터 운용 준비, 시장 최적 대응력”

▲ 유정화 삼성증권 연금본부장(상무)는 WM부문 강점을 연금으로 접목시키고, 운용에서도 최적의 시장 대응능력을 갖추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증권>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증권은 올해 처음 공개된 디폴트옵션 운용 성적표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낸 금융투자회사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예금 및 펀드 비중에 따라 분류되는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4개 등급에서 모두 수익률 상위 10개 상품에 이름을 올리는 ‘쿼드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디폴트옵션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같은 성과를 이끈 유정화 삼성증권 연금본부장(상무)을 만나 성공 비결과 향후 디폴트옵션 시장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 퇴직연금 시장 성장성 내다보고 대면 연금전문센터도 갖춰,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져

장석훈 사장은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성이 크다고 여겨 5년 전부터 운용을 위한 인력 및 시스템을 전폭 지원해 왔다. 삼성증권은 금융센터 허브조직 아래 대면 연금전문센터도 갖추고 있다.”

유 본부장은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선견지명을 높게 평가했다.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성을 미리 알아보고 준비한 결과 디폴트옵션 본격 시행에 앞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연금본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그 결과 삼성증권 연금본부는 현재  퇴직연금법인 컨설팅 부서, 스텝(전략, 마케팅, 시스템 담당) 부서, 고객 접점부서인 연금센터(3개 센터)로 구성돼 있다. 특히 대면 센터를 설립한 점이 눈에 띈다.

유 본부장은 “삼성증권은 연금에 특화된 조직 구성에 중점을 두고 지난해 말 서울(삼성타운연금센터), 수원(중부연금센터), 대구(영남연금센터) 세 곳에 전국 거점 연금센터를 세웠다. 연금센터에는 PB(프라이빗뱅커) 경력 평균 10년 이상의 연금 전문 인력 40명이 배치돼 가입 상담은 물론 연금 세미나 등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삼성증권은 올해 디폴트옵션 사업자들이 처음 받아든 성적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31일 올해 1~3월 기준 디폴트옵션 사업자들의 수익률을 공개했는데 삼성증권의 디폴트옵션 상품은 초저위험과 저위험 등급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삼성증권의 상품은 중위험과 고위험에서도 수익률 상위 10개 상품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디폴트옵션 사업자 가운데 4개 위험등급에서 모두 수익률 상위 10위 상품에 이름을 올린 건 삼성증권이 유일하다.

유 본부장은 디폴트옵션 시장서 주도자 지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향후에도 디폴트옵션 상품 운용에 있어 기민하게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수익률에 급급하지 않고 양질의 상품을 선정하는 데 신경쓰고 있다. 앞으로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서 수익률을 주기적으로 관찰해가며 유연성을 더할 계획이다. 또 디폴트옵션 상품을 삼성증권 앱과 연동하고 주기적인 업데이트를 실시해 자칫 복잡할 수 있는 퇴직연금 상품 선정에 편리함을 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삼성증권은 WM(개인자산관리) 부문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연금으로 접목시키려 한다. 펀드 등 상품 선정역량도 삼성증권이 시행착오도 먼저 겪었기 때문에 선별능력 많이 쌓였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대표상품은 저위험 포트폴리오2, 디폴트옵션 본격화 땐 중위험 고위험 비중 높아질 것

유 본부장은 삼성증권의 대표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저위험 포트폴리오2를 꼽았다. 삼성증권 저위험포트폴리오2는 저위험 상품 가운데 수익률 1위(4.02%)를 차지한 상품으로 전체 저위험 상품 평균 수익률(2.33%)보다 수익률이 크게 높았다.

또한 삼성증권 저위험 포트폴리오2는 웬만한 중위험 포트폴리오 상품보다도 수익률이 높았다. 중위험 상품 수익률 4위를 차지한 신한투자증권 디폴트옵션 중위험 포트폴리오1의 수익률(3.87%)이 삼성증권 저위험 포트폴리오2보다 낮았다. 

유 본부장은 “저위험포트폴리오2는 예금을 50% 비중으로 편입했으며 나머지는 글로벌 EMP 밀당다람쥐로 채워 위험 분산이 가장 잘 된 포트폴리오다. 글로벌 EMP 밀당다람쥐는 일반상품으로서도 꾸준히 인기를 얻었는데 지난해부터 퇴직연금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EMP 밀당다람쥐는 국내외 ETF(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해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정하는 EMP(ETF자문 포트폴리오)다. 삼성증권 저위험포트폴리오2는 절반 비중을 예금에 할애해 원금손실 위험은 낮추면서도 EMP 밀당다람쥐를 통한 기민한 시장 대응으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다만 중위험과 고위험에서는 삼성증권 상품의 수익률이 모두 7위에 머물며 초저위험, 저위험 상품 대비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유 본부장은 “투자 성향이 어느정도 공격적인 고객들은 자기 주도적 성향이 이미 강한 편이다. 삼성증권은 이보다는 퇴직연금 투자 방법에 대해 잘 모르는 초저위험, 저위험 고객들을 챙기는 방향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다만 디폴트옵션 본격 시행 이후 시장이 안정되면 중위험과 고위험으로 고객들의 선호가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삼성증권은 고위험 등급을 겨냥한 전용 상품도 출시해 뒀으며 향후 중위험 고위험에서도 수익률 순위를 끌어 올리기 위해 고민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 ‘모험자본이라 위험?’ 연금이야말로 최적화된 투자처, “납입액 같아도 일찍 시작해야 유리” 

그동안 퇴직연금은 안정성 일변도인 원리금보장형상품에만 관습적으로 투자되면서 수익률이 저조했다. 이를 개선하고 윤택한 퇴직 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디폴트옵션이 도입됐으나 퇴직연금이 주식 등으로 흘러가 모험자본화되면 안정성을 잃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유 본부장은 “국민연금도 주식 등에 투자하면서 연금을 부풀리고 있다. 연금의 본래 특성 때문에 그렇다. 자본시장 변동성 극복에는 분산과 장기투자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연금만큼 이에 적합한 투자 자본이 없다”고 말했다.

연금의 특성상 분산투자와 장기투자가 모두 가능해 궁극적으로 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최적의 방법임에도 원리금보장형상품에만 묵혀두는 건 낭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서 네 가지 위험군 디폴트옵션 상품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약 3.06%로 집계됐다. 연평균 수익률로 환산하면 12.41%에 달한다. 최근 5년 동안 원리금상품 위주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2%)보다 6배 이상 높다.

한편 먼 미래를 내다보는 퇴직연금보다 당장의 내 집 마련이 급선무인 청년세대들도 퇴직연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유 본부장은 조언한다. 

그는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이 우선인 점은 백번 이해한다. 하지만 납입시 세액공제를 받는 한도까지만이라도 꼭 소득의 일정 부분을 퇴직연금으로 빼 놓았으면 한다. 퇴직연금은 같은 납입액이더라도 얼마나 일찍 시작하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물이 큰 차이가 난다”고 당부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부터 디폴트옵션 등 퇴직연금을 포함한 연금저축 납입액의 세액공제 한도를 700만 원에서 900만 원까지 올렸다. 

유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결국 퇴직연금은 30년 이상의 긴 미래를 바라보는 것으로 사업자의 신뢰와 영속성이 중요하다. 삼성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삼성증권 퇴직연금 사업에 도움이 된다” 끝맺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