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은 20년 가량 회사내에서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정책을 운영해 왔고 사외에 인구문제를 고민하는 연구소도 설립했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적 인식이 퍼지면서 아직 성과가 미흡하나 김 회장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셋째 낳으면 무조건 승진, 한미글로벌 회장 김종훈의 저출산 해결 '진심' 행보

▲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사진)이 기업 안팎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산을 돕기 위해 사내 인사·복지제도를 개편하고 사외에는 인구문제를 고민하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을 만들었다. <한미글로벌>


21일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전날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에서 주최한 '2023 제2차 인구 2.1 세미나'에 참석해 행사가 끝날 때까지 3시간가량 자리를 지켰다.

김 회장은 환영사에서 "(한국 인구문제의)골든타임이 5년 밖에 안 남았다"며 비혼출산, 입양제도, 임신중절 등에 관한 적극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김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기관이다. 2022년 10월 출범했으며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초대 이사장, 이인실 전 통계청장이 초대 원장을 맡고 있다.

4월 제1차 인구 2.1 세미나를 열었고 이번에 2차 세미나를 진행했다. 인구 2.1은 현재 인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뜻한다.

김 회장은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정책 제안에도 기업이 나서야 할 때라고 판단해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을 만들었다.

김 회장은 연구원을 만든 후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16년 동안 280조 원의 천문학적 세금을 썼지만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의 초저출산가 국가가 됐다"며 "저출산 문제를 정부나 정치권에 맡겨 놓고 민간은 수동적으로 대응할 여유는 더이상 없다"고 설명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기업이 인구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표어 아래 인구문제에 대한 연구는 물론 정책제안, 소통, 캠페인, 교육 등을 추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전부터 다자녀 출산을 강조해 왔다. 김 회장이 2016년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다산경영상'을 수상했을 때 가족과 친구들이 다산(아이를 많이 낳는 것)에 관한 상으로 오해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김 회장은 한미글로벌을 ‘정부도 해결 못하는 저출산 문제 해결의 모델이 돼 보자고 20여 년 동안 도전하고 있는 특별한 회사’라고 규정하고 회사 정책에도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공채 채용을 시작한 17년 전부터 공채로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4명의 자녀를 출산하겠다는 서약을 받은 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기업 내부에서의 노력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4자녀 출산 서약을 한 공채 출신 가운데 한 명도 4자녀 출산을 신고한 구성원이 나오지 않았다.

최근에는 시대상을 반영해 최소 2명을 출산하겠다는 '현실적인' 서약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자신의 두 딸도 각자 두 명의 자녀를 낳았다며 현실을 무시한 채 4자녀 출산을 목표지향적으로 밀고온 것에 대해 반성한다는 소회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회장의 다자녀 출산 독려 의지는 움츠러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5월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출산 현황이)다른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도 "좀 더 강력한 출산 장려 정책을 바로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한미글로벌은 6월8일 셋째를 출산하면 조건 없이 승진시킨다는 파격적 제도를 내놨다. 자녀가 있는 신입 공채 지원자는 서류 전형에서 가산점을 부여한다.

복지제도도 전면 개편했다.

예비 기혼자의 주택대출 한도는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됐다. 출산휴가는 기본 3달에 1달이 추가로 주어지며 넷째를 출산한 경우 육아 도우미를 지원한다.

만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구성원은 2년 동안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사용할수 있는 자녀돌봄 휴가도 신설됐다.

김 회장은 앞으로도 제도와 시스템을 보완해 구성원 출산율 2.0을 이루고 한미글로벌을 모범적 출산 장려 회사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회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제도 보완이 결혼도 안 하고 출산도 안 하는 구성원에게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될 수 있다"면서도 "우리 회사가 모범적 출산 장려 회사로 자리잡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김 회장이 혼인·출산 장려 활동을 하는 이유는 저출산 문제가 곧 기업의 생존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업·건설업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한 산업에서는 더욱 심각하다고 본다.

김 회장은 4월 중앙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인구 절벽 시대에 노동인구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인한 직접직인 피해 당사자는 기업임을 인식하고 출산과 육아 친화 정책을 앞장서 펼쳐야 한다"며 "이런 정책은 단순한 복지가 아닌 기업 생존 차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1949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한라건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등을 계기로 1996년 한미글로벌을 세웠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