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규 기자 mklim@businesspost.co.kr2023-06-06 15: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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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크래프톤이 내부 사업조직인 개발 스튜디오를 독립된 자회사로 분리한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가 취임 후 강화한 독립 스튜디오 체제가 성과를 내지 못하자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 크래프톤이 개발 스튜디오를 자회사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
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게임 개발 스튜디오와 연구개발 조직 등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크래프톤에는 ‘PUBG: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펍지스튜디오와 블루홀스튜디오, 라이징윙스, 드림모션, 언노운월즈, 스트라이킹디스턴스(SDS), 5민랩 등 10개의 게임개발 스튜디오가 있다.
개발 스튜디오는 크래프톤에 속해 있지만 게임 개발에 대한 독립적 권한을 갖고 운영돼 왔다. 스튜디오의 독립성은 김 대표가 강조하던 부분이다.
김 대표는 2020년 3월 크래프톤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그해 9월 '제작의 명가'를 비전으로 내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비개발조직을 통합하고 개발 스튜디오에는 독립적 권한을 주는 조직개편을 했다.
김 대표는 당시 “통합법인은 독립스튜디오들이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업무환경을 조성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이끌어 나갈 것이다”며 “독립스튜디오들은 특정한 장르에서 경쟁력 있는 제작능력을 갖추고 자체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책임제작을 실현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크래프톤에 있는 10개 개발 스튜디오 가운데 드림모션, 언노운월즈, 5민랩, 네온자이언트, 몬트리올스튜디오, 벡터노스 등은 김 대표 취임 이후 인수 또는 설립됐다. 또 다른 개발 스튜디오인 스트라이킹디스턴스(SDS)는 김 대표가 펍지주식회사(현 펍지스튜디오)의 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 미국에 자회사로 설립한 곳이다.
특히 크래프톤은 2021년 12월 언노운월즈의 지분 100%를 사들이면서 8447억 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크래프톤이 상장한 이후 시행한 첫 대규모 투자다.
하지만 김 대표가 구축한 독립스튜디오 체제에서 나온 게임들의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언노운월즈가 개발한 턴제 전략게임 ‘문브레이커’는 지난해 9월 얼리억세스(미리 해보기)로 출시했지만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SDS가 개발해 작년 12월 글로벌 동시 출시한 ‘칼리스토 프로토콜’ 역시 혹평 속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크래프톤에는 전 세계 흥행작 배틀그라운드가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원게임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게임이 절실하다.
김 대표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의 대표이사에 연임됐지만 신작 실패과 주가하락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은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김 대표는 “주가가 많이 하락하고 작년 출시한 게임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점에 대해 통감한다”며 “향후 재신임 임기인 3년 안에 여전히 무능함이 지속된다면 그 전이라도 은퇴할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이 추진하고 있는 개발 스튜디오의 자회사 전환도 김 대표의 이런 배수진의 각오가 반영된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개발 스튜디오가 크래프톤 사내 조직으로 있을 때는 모회사로부터 게임 개발을 위한 비용 측면에서 꾸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독립 법인이 되면 ‘각자도생’이 시작된다.
개발 자회사가 출시한 신작이 성공을 거둔다면 재합병이나 별도 상장 추진 등으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실패를 거듭한다면 매각 또는 폐업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
개발 스튜디오들은 모기업의 날개 아래 있을 때보다 더 절실한 각오로 게임 개발에 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중견 게임사인 웹젠도 개발 자회사인 웹젠비트가 만들던 신작 개발이 무산되자 폐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또다른 자회사 웹젠블랙엔진은 게임 개발이 중단되자 개발자 전원을 권고사직으로 회사에서 내보냈다.
크래프톤은 라이징윙스가 개발하고 있는 신작 ‘디펜스 더비’의 얼리억세스를 최근 진행했고 올해 3분기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외 크래프톤의 개발 스튜디오들이 준비하고 있는 신작들은 대부분 내년부터 출시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개발 스튜디오의 자회사 전환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