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11번가가 이커머스 업황 성장 둔화의 영향 탓에 올해 기업공개를 마무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일 “코로나19를 지나며 높아진 기저 때문에 이커머스 성장이 다소 둔화하면서 이커머스 기업들의 상장이 올해 초 지연되거나 취소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11번가의 상장예비심사 절차 일정 등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고 내다봤다.
▲ 11번가가 올해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올해 안에 기업공개를 마무리해야 한다.
2018년 국민연금공단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H&Q코리아 등으로부부터 투자금 5천억 원을 유치하면서 5년 안에 기업공개를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상장에 실패하면 당시 투자받았던 금액에 8% 이자를 더해 돌려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가 2018년 평가받았던 기업가치는 약 2조75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올해 초 컬리와 오아시스가 연달아 기업공개 절차를 중단한 점을 감안할 때 11번가의 상장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기업공개 시장의 한파 탓이 컸지만 이커머스 시장이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구도로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이커머스 기업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 것도 컬리와 오아시스 상장 실패의 원인 가운데 하나다.
11번가가 ‘쿠팡식 성장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상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로 꼽혔다.
11번가는 지난해까지 일부 생필품에 한해 도입했던 직매입 익일배송 서비스인 ‘슈팅배송’ 상품군을 올해 식품과 소형가전 등으로 확대했다. LG생활건강과 CJ제일제당 등 쿠팡과 납품 갈등을 벌이고 있는 제조사 제품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을 파악된다.
오 연구원은 “여러 제조사들이 쿠팡과 납품 단가 관련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11번가의 직매입 서비스 슈팅배송 강화는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11번가는 올해 2월 신선식품 특화 서비스 신선박삼, 3월 명품 전문 서비스 우아럭스, 4월 중고·리퍼 서비스 리퍼블리 등 여러 신규 버티컬 서비스를 출시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버티컬 서비스는 패션이나 식품 등 한 분야에만 집중해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세 분야 모두 시장에 압도적 1위 사업자가 없는 상황에서 11번가의 버티컬 서비스 강화 움직임은 매출 증대와 집객 증대가 가능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오 연구원은 “올해 리오프닝에 따라 오프라인 성장이 온라인을 상회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지만 버티컬 플랫폼들은 양호하게 성장을 방어하고 있다”며 “11번가의 버티컬 강화 전략에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바라봤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