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물 사용 두고 미국 주민들 "수자원 위협" 비판 거세져

▲ 열을 식히는 목적으로 물을 다량으로 사용하는 데이터센터가 수자원 고갈의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진은 2022년 5월 미국 콜로라도강 미드호수(Lake Mead)가 바닥을 드러내 물 위에 떠다니던 배가 호수 흙바닥 위에 놓인 모습이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남서부지역에 데이터센터가 수자원 소비를 늘려 지역주민 비판 대상이 됐다는 주요외신 보도가 나왔다.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남서부지역 핵심 급수원인 콜로라도강이 사상 최저 수위를 기록한 원인으로 데이터센터를 지목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시 지역주민이 메타(페이스북)가 데이터센터를 확장한다는 소식에 물 공급을 우선 걱정했다는 점을 보도했다. 

메사시 시의원 진 더프는 “우리는 미국 남서부에 지속되는 가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메타가 데이터센터를 확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물이 부족해질까 걱정했다”고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우려의 의견을 전했다. 

미국 서남부지역 최대 수원지로 미국인 4천만 명의 식수를 책임지는 콜로라도강은 20여년 동안 이어진 가뭄으로 강 수위가 바닥을 드러낼 정도까지 낮아졌다. 

메사시는 콜로라도강으로부터 동쪽으로 약 320㎞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콜로라도강과 그 지류로부터 수자원을 공급받는다. 

자연현상인 가뭄이 이어지는 와중에 메타와 같은 빅테크가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지으며 주민들이 수자원 부족 위협을 느끼는 것이다.  

메타는 메사시 엘리엇 로드 기술지구에 5곳의 데이터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2026년까지 약 23만2257㎡의 면적에다 데이터센터 세 곳을 추가로 지을 계획을 세웠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의 에너지를 사용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냉각수로 식히느라 다량의 물이 들어간다.

워싱턴포스트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한 곳에 하루에만 1백만 갤런(약 378만5411 리터)에서 5백만 갤런에 달하는 물이 필요하다고 집계했다. 1만 명에서 5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에서 하루에 소모하는 물의 양이다. 

메사시의 인구는 50만 명 정도다. 메타가 2026년에 데이터센터 세 곳을 완성하면 현재 시에서 사용하는 수자원의 80% 정도나 되는 물을 메타 데이터센터 8곳에서 써버리는 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외에도 오레곤주 달레스에 위치한 구글 데이터센터가 달레스 물 사용량의 25%에 달하는 물을 사용한다는 한 지역언론 보도 및 뉴멕시코주 로스 루나스에서 지역 농부들이 메타 데이터센터 입주를 허용한 시 당국에 항의 시위를 했다는 점 등을 짚었다. 

데이터센터가 자신들이 사용할 수자원을 빼앗아간다는 지역 주민들의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는 빅테크가 세운 친환경 경영 목표가 도리어 데이터센터 입지를 수자원이 부족한 지역에 집중시킨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 운영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고자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저렴한 장소를 찾다보니 미국 서부지역처럼 풍력과 태양광 자원은 풍부하지만 수자원이 부족한 곳에 데이터센터가 몰린다는 뜻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현재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주에 각각 최소 239곳과 49곳의 데이터센터가 설치돼 있다. 

버지니아 공대의 수자원공학 교수 랜든 마스턴은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지을지 고민하는 기업은) 미국 서부가 물 부족에 시달린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말했다. 

더 많은 세계 인구가 온라인 활동을 늘리면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난다는 점은 앞으로 데이터센터가 수자원 갈등의 중심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스탠포드 대학 수자원 연구기관에서 도심 수자원정책을 총괄하는 뉴샤 아자미는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가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가 쓰는 물의 양은 논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