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수도권 중심으로 파격적 분양마케팅이 이어지던 상황이 서울 및 수도권 지역까지 퍼지고 있는 양상이다. 할인분양이 본격화하고 안심보장제를 적용하겠다는 사업장이 등장하면서 기존 계약자들과 건설사들의 갈등이 빚어질 조짐이 보인다. |
[비즈니스포스트] 건설업계가 미분양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도금 후불제, 분할분양에 이어 현금지급을 통한 사실상 할인분양까지 진행하고 있다.
비수도권 중심으로 파격적 분양마케팅이 이어지던 상황이 서울 및 수도권 지역까지 퍼지고 있는 양상이다. 할인분양이 본격화하고 안심보장제를 적용하겠다는 사업장이 등장하면서 기존 계약자들과 건설사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질 조짐도 나타난다.
2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건설사·시행사들이 미분양을 막기 위해 각종 혜택을 내걸고 파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서울 구로구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중도금대출 전액 무이자, 계약 때 3천만 원 현금지급 혜택을 제시한 뒤에야 지난 3월 분양을 완판할 수 있었다. 사실상 할인분양을 한 셈이다.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지난해 8월 청약에서 140세대 일반분양을 진행했지만 129세대가 계약되지 않았다. 무순위청약을 진행했음에도 물량이 해소되지 않아 파격적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최대 35% 할인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수차례 걸친 무순위청약에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어 지난해 말 15% 할인분양에 나섰지만 추가로 더 할인한 것이다.
경기도 안양 평촌 센텀퍼스트도 선착순분양에서 10% 할인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할인분양까지는 아니어도 파격적 분양조건을 제시하는 곳들도 나온다.
강북구 미아동 엘리프 미아역은 계약금 10%와 중도금 2%만 먼저 내면 남은 88%를 입주 뒤에 낼 수 있도록 했다.
비수도권에서는 안심보장제도 등장했다. 안심보장제란 분양조건이 변경되면 계약자 모두가 같은 조건을 적용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충남 천안 호반써밋 센트럴파크는 선착순분양을 실시하며 안심보장제를 계약조건으로 걸었고 부산 위브더제니스에서는 계약금 1천만 원 정액제 조건에 안심보장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런 조건이 모든 분양단지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에 기계약자들의 반발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기계약자들을 달래기 위해 발코니 확장, 에어컨 제공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수천만 원가량의 분양가 할인과 비교하면 혜택이 적다”며 “미분양을 막기 위한 건설사·시행사들의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물론 기존 계약자들이 형평성의 이유를 들어 반발한다 해도 계약조건이 바뀌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할인 분양했다는 사실만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거나 할인된 분양가로 다시 분양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법원 판례들을 살펴보면 “분양가격 책정이나 변경은 원칙적으로 매도자인 계약자유 영역에 해당된다”는 판시를 내리며 대부분 건설사·시행사 손을 들어줬다.
미분양이 쌓일 때마다 건설사·시행사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할인분양 카드를 꺼냈다. 기존 계약자와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데다 주택 브랜드 가치에 타격이 크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게 건설사쪽의 입장이다.
건설사·시행사들이 미분양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을 펼칠 때마다 기존 계약자들은 뒤에 들어온 계약자와 비교해 비싸게 아파트를 매입한 점을 보상받지 못했다.
실제 2014년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아파트에서 할인분양에 항의하던 입주민 대표가 분신을 시도해 결국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같은 해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에서 분양하던 아파트가 할인분양을 결정하자 입주민들이 집단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지역도 분양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들면 줍줍을 통해 분양을 완판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면서도 “할인분양은 기존 계약자들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고 주택 브랜드에 타격이 있어 마지막 수단으로 쓰이는 만큼 아직까지는 신중한 분위기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지역에서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 마포구 아현동 '마포더클래시’ 등 고분양가 논란에 무순위청약, 선착순분양 등 이른바 ‘줍줍’에서 완판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미분양이 10만 세대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퍼지며 미분양 우려는 늘고 있다. 정부는 무순위청약 자격요건과 전매제한 규정을 완화하는 등 규제를 풀고 있지만 미분양 증가세를 막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에서 발표한 지난 2월 전국 미분양은 7만5438세대로 전월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분양물량 축소에 따른 효과로 분석됐다. 여기서 서울의 미분양 증가폭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2월 기준 서울 미분양은 2099세대로 전월 996세대보다 110.7% 급증했고 2021년 12월 54세대와 비교하면 39배가량 늘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후미분양만 놓고 봐도 서울은 2월 405세대로 집계돼 전월(342세대)보다 63세대 늘었다. 2021년 12월 말 52세대에서 7.7배 증가한 수치다. 절대적 수치는 작지만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주목된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