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챗GPT 맞설 '진실의 인공지능' 만든다, 구글과 MS 견제 나서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챗GPT에 대항마를 개발할 계획을 내놓았다. 사진은 일론 머스크 CEO가 폭스뉴스와 나눈 인터뷰 화면.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챗GPT'의 대항마로 키워낼 인공지능 챗봇 개발 계획을 밝혔다. 인공지능이 정치적 편향성을 벗어나 진실을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목적이다.

머스크는 인공지능 전문 회사를 설립하고 트위터 인수 뒤 기술 투자를 확대하는 등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의 인공지능 서비스에 맞서 시장 진입 기회를 노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각) 미국 폭스뉴스는 일론 머스크와 독점 인터뷰를 나누고 그가 챗GPT에 대응하는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인 ‘트루스GPT’를 만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루스(진실)라는 이름에서부터 엿보이듯 머스크 CEO는 가장 사실에 근접한 결과를 내는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과 나눈 대화에서 “트루스GPT는 인공지능 기술을 가장 안전하게 다룰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머스크 CEO는 작년 11월에 공개된 이후 전 세계에 인공지능기술 열풍을 부른 챗GPT가 거짓말을 학습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전반에서 확인되는 정치적 편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 CEO는 인공지능 기술이 잘못 관리되면 인류 문명을 파괴할 만큼의 잠재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정치적 편향성이 인공지능에 반영되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폭스뉴스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은 항공기나 자동차 결함보다 더 위험한 존재”라며 “인공지능 기술 위험성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와 같은) 자동차 산업은 다수의 정부 규제가 따른다”며 “비록 규제를 지키는 일이 유쾌하지만은 않지만 인공지능 산업 또한 규제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루스GPT가 머스크 CEO의 주도로 개발되는 인공지능 서비스의 최종 명칭이 될 가능성은 낮다.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염두에 둔 별명으로 추정된다.

트루스소셜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짜뉴스 유포 등 정책 위반으로 트위터 계정 영구정지를 당한 뒤 직접 설립한 기업이다.

트위터와 같은 기존 사회관계망서비스가 진보 진영에 유리한 정치적 관점을 확산시키며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고 있다는 데 반발한 행보다.

머스크 CEO 역시 오래 전부터 표현의 자유를 적극 주장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던 만큼 트루스GPT라 설명한 인공지능 서비스에 이와 유사한 문제의식을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머스크 CEO가 트루스GPT를 인공지능 서비스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 이은 ‘제3의 선택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전략적 투자를 통해 관련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구글은 자체 언어모델 기반의 대화형 서비스 '바드'와 인공지능 검색엔진 등을 개발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3월 미국 네바다주에 'X.AI'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했다. 비슷한 시기에 자신이 인수한 트위터의 사명을 'X'로 변경했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위해 연산에 필요한 GPU(그래픽처리장치) 반도체를 다수 구매하는 등 투자도 대폭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행보를 고려하면 트위터 플랫폼이 궁극적으로 인공지능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주요 채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머스크 CEO가 3월에 IT업계를 향해 공개서한을 내고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6개월 동안 잠시 중단하자는 의견을 밝힌 점도 직접 인공지능 사업 진출을 추진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MS와 구글 등 경쟁사의 인공지능 기술이 아무런 규제 없이 발전한다면 잠재적으로 큰 위험성을 안고 있는 만큼 각국 정부가 관련 규제를 마련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머스크 CEO가 이러한 경쟁사를 견제하는 동시에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기술 개발 중단을 촉구한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구글 CEO인 순다르 피차이 역시 현지시각으로 16일 미국 CBS 뉴스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사회에 가져올 위험성을 경계하며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발언 시점을 두고는 진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필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를 등에 업고 선두주자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시점에 상대적 후발주자인 두 경쟁기업의 CEO가 정부규제 필요론을 들고 나온 셈이기 때문이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