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경제는 심리다.

지난 주 목요일(13일) 특정 저축은행에서 1조 원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손실이 발생했다는 허위사실이 퍼지자 금융당국은 불안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적극 대응했다.
 
[기자의눈] 경제는 심리야! 저축은행 불안감 다루는 금융당국에게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7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당일 금융감독원은 출입기자단에 문자 등을 보내 허위사실이란 점을 공식 알린 데 이어 14일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금융시장 혼란을 유발하는 악성 루머에 엄중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경제 흐름이 심리적 요인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혹시 시장에 퍼질지 모를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금융당국이 발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과도한 움직임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3일 관련 내용이 SNS 등을 통해 퍼졌을 때 당연히 해당업체와 저축은행중앙회도 적극 나서 관련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

업체나 협회 차원에서 해명해도 충분했을 정도의 소문에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나오면서 오히려 당국의 불안한 심리를 노출한 것처럼 다가왔다.

하루에도 최소 수십 개의 소문들이 이른바 ‘찌라시’ 형태로 도는 곳이 금융권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PF, 저축은행,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등 3대 불안요인의 조합으로 구성된 허위사실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니 실제 저축은행 PF 상황이 예상보다 더 심각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 것이다.

검찰과 경찰 등 관계기관과 함께 허위사실 유포자를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금융위원장의 엄포에는 또 다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상황이 떠오르기도 했다.

2008년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했던 온라인 논객 ‘미네르바’는 당시 리만브라더스의 파산, 원/달러 환율 폭등 등의 사태를 예언하며 유명세를 탔으나 결국 유언비어를 퍼트렸다는 이유로 긴급체포돼 구속됐다.

당시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금융당국자의 말보다 미네르바의 전망에 더 큰 신뢰를 보냈고 이후 미네르바를 향한 검찰 수사·구속과 관련해서는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튜브 등 SNS에서는 여전히 현재 경제상황을 2008년에 빗대어 금융위기 가능성을 논하는 경제전문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3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이 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를 더 큰 금융위기의 전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이들의 주장이 허황된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2008년 경험 때문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것은 9월 미국 4대 투자은행(IB) 리만브라더스가 무너진 뒤지만 전조가 된 것은 3월 또 다른 투자은행이었던 베어스턴스의 파산이었다.

유언비어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엄포를 놓고 막으려 한다면 시장이 오히려 더 불안해 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 고려해야 한다.

또한 유언비어는 엄포를 놓는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불안감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힘을 잃는다.

이런 측면에서 금융당국이 현재 힘을 줘야하는 일은 유언비어에 강력 대처하는 것보다는 세계 금융시장에 2008년 같은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일일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검은 백조, 이른바 ‘블랙스완’으로 불렸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위기였다는 것인데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진짜 실력일 것이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