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현대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수주 목표치의 절반을 이미 달성했다. 기세를 보면 3년 연속 수주목표 초과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은 수주와 실적 성과를 원동력으로 삼아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친환경 선박에서도 글로벌 선두 지위를 굳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HD한국조선해양 수주 순항, 정기선 친환경 ‘초격차’ 굳힌다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수주와 실적 성과를 원동력으로 삼아 친환경 선박에서도 글로벌 선두 지위를 굳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이 유력한데 일감 확보도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13일, 14일 이틀 연속 해외 선사와 계약 소식을 전하며 4558억 원 가량을 수주잔고에 보탰다.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각각 원유운반선 2척(2250억 원),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4척(2308억 원)을 수주했다. 

이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62척, 76억2천만 달러 규모를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 157억4천만 달러의 48.4%를 달성했다. 1분기를 갓 넘긴 시점에 수주 목표치의 절반가량을 채운 셈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수주 성과(76억2천만 달러)는 다른 국내 조선사들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다른 조선사들의 수주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중공업은 25억 달러(목표치의 26%), 대우조선해양 8억 달러(목표치의 11.5%)다.

조선업계에서는 올해가 HD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한 국내 조선3사의 흑자전환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2021년 이전에 수주한 저가 물량을 모두 털어내고 그 뒤 2년 동안 높은 가격의 선박으로 일감을 채웠기 때문이다. 

최초 수주 시점에서 수주가 실적으로 반영되는 시점까지 간극이 큰 만큼 좋은 가격으로 건조계약을 했던 물량의 실적 반영이 올해부터는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HD한국조선해양은 실적과 별도로 신규 수주 측면에서는 보수적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경제 저성장에 따른 해운수요 부진과 해운사의 수익성 악화 등의 원인으로 배를 사는 선주들의 관망세가 확산되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수주 성과 역시 예상보다 좋아 지난해 수주목표(174억4천만 달러)를 기준으로 해도 이미 43.7%를 달성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3월 말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65.56으로 2022년 3월보다 9.39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2월보다는 1.87포인트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최근 수주가 이전보다 좋은 가격 조건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정기선 사장은 그룹 조선부문 사령탑을 맡은 지 이제 막 1년을 넘은 시점에 수주와 실적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정 사장이 구상한 조선 분야의 미래 비전을 실현할 동력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의 미래 비전 가운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로 친환경 선박이 꼽힌다.  

정 사장은 1월 세계 최대 전자·TI 전시회인 ‘CES 2023’의 개막을 하루 앞두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 등 인류에게 닥친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다가 품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활용해야 한다”며 HD그룹의 조선·해양 분야 역량을 환경과 관련된 문제 해결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정 사장의 미래 비전에서 친환경 전환이란 주제가 단순히 조선 분야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실제 조선업계에서 친환경 전환은 시장 주도권을 가를 수 있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따라 모든 해운사는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탄소 배출을 70% 줄여야 한다. 신규 건조 선박에만 적용되던 탄소 배출규제는 현존 선박 모두로 확대되며 규제 대상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사들은 이미 올해부터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를 제출해야 하는데 기준 등급 이하의 선박은 기한에 맞춰 등급을 개선하지 않으면 선박 운용을 못하게 된다. 게다가 적용되는 효율 기준 역시 2030년까지 매년 2% 오르며 까다로워진다. 

친환경 선박 교체수요는 조선업계 안팎에서 ‘슈퍼 사이클(초호황)’ 도래 가능성이 거론됐던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친환경 선박 가운데 메탄올 추진선박에서는 HD한국조선해양의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유과 비교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온실가스 등의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선박 연료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메탄올 추진 선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중대형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 최대 8척을 경쟁입찰로 발주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기술력과 건조경험 등을 미뤄봤을 때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기선 사장은 장기적 관점에서는 수소·암모니아 추진선과 탄소포집과 관련한 기술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  

정 사장은 HD그룹 차원에서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위해 2027년까지 2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 가운데 7조 원은 수소·암모니아 추진선 등 가치사슬 구축과 탄소포집 기술 등 친환경 연구개발 분야에 투입하기로 했다.

친환경 선박 분야는 앞으로 HD한국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3사가 조선업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선점해야 할 영역으로 꼽히기도 한다.

지금도 물량 측면에서는 중국 조선사들이 국내 조선사들의 점유율을 넘어섰음에도 국내 조선사들의 입지가 여전히 굳건한 것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친환경 선박 전환이 가속화할수록 친환경 선박시장이 조선업의 주도권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HD한국조선해양도 친환경 선박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앞으로의 새로운 50년은 친환경 선박기술로 조선산업 패러다임 대전환을 이끌고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해 이전에 없던 혁신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