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만기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건설업 구조조정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
[비즈니스포스트] 건설업계에 구조조정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1·3부동산 대책과 둔촌주공 재건축(현 올림픽파크포레온) 분양이 성과를 거두면서 지난 1월 만기가 연장된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만기가 다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의 만기는 일반적으로 3개월으로 매우 짧은데 대출연장이 불투명한 만큼 건설업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4월 대주단협의체가 공식 출범해 프로젝트파이낸싱 옥석가리기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주단협의체는 시행사나 건설사 등에 돈을 빌려준 '채권 금융회사'의 모임이다. 채무 조정을 비롯해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정상화를 논의하게 된다.
대주단협의체는 4월에 협약 개정을 진행하고 전국 5천여 곳 가운데 자금난에 시달리는 500여 개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업성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사업성 평가 이후 '정상화 가능한' 사업장과 그렇지 못한 '악성' 사업장으로 분류해 △대주단을 통한 정상화 작업과 △캠코 등에 매각하는 작업 등 투트랙 전략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상화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사업장에 대한 대출채권을 출자전환해 대주단의 지분을 늘리거나 신규자금을 투입하는 방식 등 다양한 자금 지원책이 펼쳐지게 된다. 또한 시공사와 시행사의 수익 및 공사비 감축 등도 함께 검토된다.
본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넘어가 사업을 진행하고 회생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 위주로 구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 금융회사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은 브릿지론과 본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구분된다. 자본력이 열악한 시행사가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려쓰는 브릿지론 단계가 있고 인허가를 받아 시공사를 선정하면 제1금융권에서 본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넘어가 사업이 진행된다.
본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넘어간 사업은 건설사에서 책임준공하게 된다. 사업 중간에 시공사가 도산하지 않는다면 분양촉진책, 할인분양 등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브릿지론 단계보다 사업 안정성이 높아진다.
대주단협의체가 회생 가능성을 따지면 신용등급이 높은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나 서울 및 수도권에 사업장을 보유한 건설사로 지원대상이 한정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주택·건축사업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견건설사들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미 건설업계 구조조정은 가시화하고 있다. 실제 시공능력평가 109위 중견건설사 대창기업이 7일 서울회생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이 회생절차에 돌입했고 범현대가 정대선씨가 최대주주인 에이치엔아이엔씨(HN Inc)도 3월에 법정관리를 신청해 최근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건설사 도산우려를 낮추려면 결국 미분양 물량을 해소해 사업비 회수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미분양은 더욱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월 주택통계를 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438세대로 전월보다 79세대 늘어나는데 그쳤으나 분양물량 감소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란 평가가 많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LHRI)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분양이 지난해 9월 뒤 월평균 8500세대씩 증가하고 있어 수개월 안에 10만 세대에 도달할 것이다”며 “중소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상환지연뿐 아니라 신용보강을 제공한 증권사 등 금융사 자금경색 심화가 금융시장 전반에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유동화증권 발행잔액 규모는 감소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본 프로젝트파이낸싱 만기에 상환됐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나이스신용평가가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털에 공개된 유동화증권 발행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3년 3월 말 기준 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화증권 발행잔액은 34조7037억 원(관련사업 1179건)이다.
2022년 6월 39조4700억 원(관련사업1341건), 2022년 12월 36조1700억 원(관련사업 1250건)과 비교하면 사업건수와 잔액이 모두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건설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일어나지 않아 새 사업을 추진할 길이 막히고 실적이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공산이 커졌다. 여기에 브릿지론이 뇌관이 돼 건설사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브릿지론이 본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전환되지 않거나 만기 연장에 실패하게 되면 기한이익상실(EOD)이 선언된다. 기한이익상실은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채무자에게 빌려준 자금에 대해 만기 전에 회수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경매·공매로 담보물을 처분해 회수하게 된다. 낙찰금액을 변제순위에 따라 배당받아 회수를 진행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브릿지론 담보 부지 매입가격이 낙찰가격이 모자라 대출의 완전한 변제가 불가능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2023년 3월 기준 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화증권 발행잔액 34조7037억 원 가운데 15조2322억 원가량이 브릿지론 단계로 비중이 44%로 지난 2022년 6월(37%)보다 크게 높아졌다. 올해 3월 브릿지론 단계에서 건설사의 발행잔액은 7조7229억 원으로 브릿지론 단계에서 비중 51%를 차지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도 브릿지론 관련 신용보강을 제공하며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GS건설, 롯데건설 등이 경기도 김포한강시네폴리스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에 1300억 원 규모로 유동화증권 신용보강을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브릿지론 단계에서 본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넘어가지 못하면서 만기 연장만 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본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브릿지론 비중은 늘어날 것으로 보여 향후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