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3-30 12: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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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트리온에 사재를 출연하기로 한 서정진 회장이 얼마나 어떻게 재산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현금과 사재 출연 등으로 4조~5조 원 정도를 마련할 수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9일 열린 셀트리온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인수합병 등 향후 사업계획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부호인 서 회장이 셀트리온을 위해 개인 자산을 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셀트리온은 서 회장의 경영복귀를 계기로 신약개발, 기업 인수, 셀트리온3사 합병 등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사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한다. 이에 따라 서 회장이 과연 얼마나 많은 사재를 회사에 보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 회장은 보유한 주식자산을 활용해 셀트리온의 다양한 신사업에 소요되는 자금 일부를 충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서 회장을 한국 50대 부자 중 4위로 선정했다. 서 회장은 당시 약 69억 달러(약 8조7600억 원)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재산은 55억 달러가량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대부분 셀트리온그룹 지분가치로 추정된다.
서 회장이 들고 있는 주식은 셀트리온그룹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8.13%,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11.18% 등이 대표적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가치는 29일 기준으로 약 1조500억 원에 이른다. 셀트리온홀딩스는 비상장법인이라 가치 책정이 쉽지 않지만 셀트리온홀딩스가 보유한 셀트리온 지분(20.04%)만 해도 현재 약 4조2천억 원 규모다.
서 회장이 보유 지분들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담보대출을 받는 것이다. 지분 일부 매각도 방법이지만 서 회장이 최근 주주총회에서 "창사 이래 한 주도 주식을 팔아본 적이 없다"고 공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낮다.
다만 대출은 고스란히 개인 부담으로 남는다. 서 회장은 주총을 통해 이미 개인 부채가 27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그룹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을 추가로 대출하면 부채 규모가 몇 배로 늘어날 공산이 크다. 대출 이자만 수백억 원씩 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셈이다.
서 회장이 이런 부담을 감수하고 사재 출연을 언급한 것은 실제로 셀트리온그룹을 지원하는 한편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데 반대하는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셀트리온그룹이 보유한 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은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를 모두 합쳐 1조1천억 원 수준이다.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조 단위’ 예산을 현금만으로 모두 조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셀트리온그룹의 신규 프로젝트 중 가장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기업 인수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의 신약개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단일 후보물질 대신 플랫폼기술에 집중해 인수 대상을 모색하기로 했다. 인수합병을 위해 필요한 자금만 해도 4조~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신약개발도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긴 마찬가지다. 셀트리온은 지금까지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집중했지만 최근 항체약물접합체(ADC),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집합), 이중항체 등 다양한 플랫폼기술을 기반으로 신약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서 회장은 이를 더욱 구체화해 내년부터 후보물질 10개를 임상에 진입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셀트리온은 지금도 연구개발비로 연간 4천억 원가량을 투입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비용을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서 회장은 외부 기업과 공동개발이나 기술수출 등을 추진해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으나 신약개발에 변수가 많다는 점이 문제다.
또 서 회장이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셀트리온3사 합병과정에서도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비용이 들어갈 여지가 있다. 하나증권은 30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주가 기준으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에서 약 1조1천억 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셀트리온그룹이 이 모든 사업을 그룹 내부의 힘만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서 회장은 유상증자나 추가 부채 조달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해외 자본 유치, 주식교환 등의 방법이 여전히 남아있다. 실제로 서 회장은 “현금도 사용해야겠지만 주식을 교환하는 인수합병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셀트리온그룹의 유기적 성장도 재원 마련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 지난해 셀트리온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매출 2조 원대에 진입했다. 올해부터는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등을 앞세워 세계 최대 의약품시장인 미국 진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매출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 회장은 미국에서 2년 안에 매출 3조 원 이상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