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자동차 50%, 플라잉카 30%, 로봇 20%."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9년 현대차의 미래를 두고 이야기했던 사업 포트폴리오다.

현대차의 2022년 매출은 약 142조 원이다. 미래에 현대차 매출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모르겠지, 현재 기준으로도 로봇 사업에서 한 해에 매출 28조 원가량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커다란 목표기는 하지만 정의선 회장이 로봇 사업을 키우는 것은 단순히 매출을 보고 키우는 것은 아니다. 정 회장의 시선은 좀 더 멀리를 보고 있다.

로봇 사업은 단독으로 매출을 내는 것을 넘어서 현대차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할 수 있는 모빌리티 사업 전체를 한 단계 위로 끌어올려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사업이다.

현대차의 로봇 사업을 개괄해보면 이런 지점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현대차의 로봇 사업은 크게 웨어러블 로봇, 서비스 로봇, 모빌리티 로봇 등 3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모빌리티 로봇은 이름부터 모빌리티 로봇인만큼 모빌리티 사업과 연결점을 굳이 찾을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웨어러블 로봇과 서비스 로봇은 현대차의 모빌리티 사업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현대차가 개발하고 있는 웨어러블 로봇은 의자형 웨어러블 로봇, 상반신 보조 웨어러블 로봇, 그리고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이다. 이 가운데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로봇은 현대차가 직접 모빌리티 생산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로봇들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테크 홈페이지에서 의자형, 상반신 보조 웨어러블 로봇을 설명하기 위해 산업 현장에서 이 로봇들을 착용하고 자동차를 조립하는 노동자의 사진을 쓰고 있다.

현대차의 산업용 로봇은 고객사의 생산성을 극대화해주는 B2B 상품임과 동시에, 현대차의 모빌리티 생산 과정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두 번째는 서비스 로봇이다.

서비스 로봇과 모빌리티 사업 사이의 연관성은 바로 ‘자율주행’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차에서 개발하고 있는 서비스 로봇은 호텔배송 로봇, 영업 거점 서비스 로봇, 자율주행 물류 배송 로봇 등이다. 이 가운데 호텔 배송로봇, 자율주행 물류 배송 로봇이 자율주행과 직접 연결된다.

그렇다면 영업 거점 서비스 로봇은 그냥 오로지 판매만을 위해 만드는 로봇일까?

전혀 모빌리티 사업과 관련이 없어보이는 영업 거점 서비스 로봇에도 현대차의 모빌리티 사업과 관련성을 엿볼 수 있다. 

영업 거점 서비스 로봇에게 가장 필요한 기능은 뭘까? 영업 거점내에서 업무 수행을 위해 자유롭게 이동해야하니까 자율주행 기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 기능이다. 

현대차의 모발리티 사업 구상은 단순히 자동차를 만들고 판매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차량이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공간, 그리고 그걸 넘어서 고객의 일상 전체에 커다란 도움을 줄 수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현대차의 목표다.

당연하게도 인간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나아가 인간의 감정까지도 살필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현대차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와 기술력을 축적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가 바로 현대차의 영업 거점 서비스 로봇인 ‘달이’다.

현대차는 홈페이지에서 달이의 특징을 두고 “달이의 가장 큰 특징은  AI 딥러닝 방식으로 사람의 다양한 얼굴 형태와 표정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학습해 고객의 감정 변화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언어적 요소뿐만 아니라 제스처, 자세, 표정, 눈 맞춤, 억양, 목소리 등 비언어적 요소를 통해서도 소통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제시했던 세 가지 포트폴리오. 자동차, 플라잉카, 로봇을 가만히 살펴보면 각각 따로 노는 사업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있는 사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로봇 사업은, 현대차의 각 사업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아교와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업인 것처럼 보인다. 정의선 회장도, 현대차도 끊임없이 로봇을 외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연 현대차의 로봇 사업이 현대차 전체의 모빌리티 사업을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대차의 기업가치는 얼마나 상승하게 될지 궁금하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