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배당성향(배당금총액/순이익)은 7.59%에서 10.1%로 오히려 올랐다. 건설경기 전망이 악화하고 있음에도 배당성향이 높아진 것이다.
순이익에서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쥐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주주환원율 역시 전년 대비 높아졌다. 서희건설이 지난 2월28일 ‘주주가치 제고 및 주가안정’을 이유로 들어 100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계약 체결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배당총액에 자사주 취득금액을 더하면 주주환원에 200억 원 가까이 투입하게 돼 주주환원율이 20%에 이른다.
서희건설은 이미 발행주식의 4.17%인 자기주식 95만7600주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서희건설의 주식이 1주당 120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833만 주 이상을 확보할 수 있어 자사주 비율이 8%까지 올라갈 수 있는 셈이다.
배당금이나 배당성향을 올리는 것과 자기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기업이 자기의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을 때 펼치는 전략 가운데 하나다. 서희건설의 주주환원정책이 경영에 대한 자신감으로 읽히는 이유다.
이봉관 회장도 최근 1년 동안 서희건설의 지분을 2.30%에서 3.46%까지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는 서희건설의 탄탄한 실적, 재무구조가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서희건설은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4377억 원, 영업이익 2061억 원, 순이익 1001억 원을 거뒀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8.1% 늘고 영업이익은 0.3%, 순이익은 27.1% 감소한 것이다.
순이익은 2021년 금융자산 평가이익이 341억 원가량이 일시적으로 잡혀 이를 고려하면 경상적 이익 체력이 유지되고 있다고 해석된다.
하지만 주택경기 악화 전망에 서희건설이 시장에서 큰 폭의 저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9일 서희건설 종가는 1220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7.96% 올랐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서희건설 시가총액은 2700억 원 수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은 2.7배 수준, 주가순자산비율은(PBR) 0.36배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익체력이 유지된다는 가정을 하면 3년 동안 번 순이익으로 회사를 통째로 살 수 있고 청산가치 수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KOSPI)과 KRX건설지수의 주가수익비율이 10배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건설업황 악화를 고려하더라도 서희건설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서희건설은 재무구조도 단단하다. 2022년 현금흐름표를 보면 영업활동현금흐름 플러스 1511억 원, 투자활동 현금흐름 마이너스 599억 원, 재무활동현금흐름 마이너스 1194억 원을 기록했다.
본업으로 창출한 현금흐름으로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집행하면서 부채를 갚았다는 뜻이다. 부채비율은 2022년 말 113.8%로 전년(128%)과 비교해 14.2%포인트 개선됐다.
차입금·기타유동금융부채 등을 포함한 이자지급부채도 전년보다 744억 원 감소한 1598억 원으로 집계됐다.
서희건설은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서희건설의 시공능력평가순위는 2019년 38위, 2020년 33위, 2021년 23위 에 이어 2022년 기준 21위로 상승했다.
다만 서희건설의 사업포트폴리오가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중심으로 치중돼 있고 올해 분양성과가 다소 아쉬운 점과 높은 우발채무는 약점으로 지목된다.
이봉관 회장은 틈새시장인 지역주택조합사업을 공략해 실적성장을 이끌어왔지만 주택경기 악화를 마주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졌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은 6개월 이상 일정지역에 거주한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주택 소유자들이 조합을 구성해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서희건설은 지역주택조합사업 초기단계인 조합 설립부터 개별 조합원들에 정보를 제공해 원활한 사업 추진을 주도하고 시공까지 맡고 있다. 이를 통해 서희건설은 2019년 1182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2021년부터 2천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사업 실행기간 단축 등 사업 노하우를 통한 효율화작업으로 수익성 개선 효과를 봤다.
하지만 올해 초 분양한 경산 서희스타힐스 등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해 분양성과가 미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달 진행한 평택화양 서희스타힐스 센트럴파크 역시 1순위 청약이 크게 미달했다.
지급보증 규모도 3조2천억 원으로 전년 3조 원보다 늘었다. 다만 3조2천억 원의 지급보증금액 가운데 3조1천억 원가량이 지역주택조합 및 수분양자를 위한 것으로 입주가 되면 해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실적을 선방했다”며 “올해도 쉽지 않은 경영환경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주 영업에 집중하고 안전한 일터 마련에 힘쓰는 등 경영안정성 유지와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봉관 회장은 1945년에 태어나 1970년 포항제철(현 포스코) 공채 2기로 입사해 13년을 근무했다. 1983년 운송사업을 하는 유성티엔에스를 설립한 뒤 1994년 서희건설을 세우고 건설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회장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