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백브리핑] 대한항공 마일리지 논란, 보너스 항공권은 잘못된 말?

▲ 마일리지 개편안을 시행하려던 대한항공이 여론의 포화를 맞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마일리지 개편안을 시행하려던 대한항공이 여론의 포화를 맞았다.

개편안은 없던 일이 됐고 대한항공은 이미지만 구겼다. 흔히 하는 말로 본전도 못 찾은 신세가 된 것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거리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동남아 지역 공제는 2만 마일리지로 동일했는데 앞으로 다낭은 1만7500 마일리지, 발리는 2만7500 마일리지 차감으로 차등을 두는 방식이라고 한다.

개편안에 대한 여론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이 나섰다.

“역대급 실적에도 고객은 뒷전” “눈물의 감사 프러모션을 하지는 못할 망정” “생각이 틀려먹었다” 등 강도높은 발언이 항공 주무부처 장관 입에서 나오자 대한항공은 결국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사실상 개편안을 접었다고 봐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한 매체의 주장을 접하고는 고개가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내용인즉, 마일지는 회계상 부채인데 정작 항공사는 ‘보너스 항공권’이라 부르고 있으므로 한참 잘못됐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진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무장관의 압박은 일리가 있다고 했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 회계상 부채를 보너스 항공권이라 부르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기에 장관의 비판이 타당한 건가?

기업이 고객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포인트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추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기업은 고객에게 부여한 포인트를 평가해 매출액에서 차감하는 동시에 부채로 반영한다. 나중에 고객이 포인트를 사용하는 시점에 매출액으로 인식하면서 부채를 지우면 된다.

마일리지도 이러한 포인트 제도의 일종이다.

고객 모두가 부여받은 마일리지를 바로 소진하지는 않기 때문에 과거 사용률 데이터 등을 반영해서 평가한 금액을 부채로 인식한다.

마일리지가 부채로 분류된다고 해서 항공사가 이를 ‘보너스 항공권’이라 부르는 게 한참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과도한 비난으로 느껴진다.

항공사는 충성고객을 창출하기 마일리지에 따라 보너스 항공권을 제공한다.

아직  보너스 항공권을 제공하지 않은 채 의무를 지고 있는 만큼이 부채가 될 뿐이다.

보너스 항공권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는 한참 잘못된 일이자 비난받을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삼성전자는 임원들의 성과를 3년 단위로 평가해 보상을 지급한다.

유사한 급여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꽤 있다.

이러한 보상은 재무제표에 부채로 잡혀있다. 삼성전자가 이를 회계상 부채로 처리해 놓고 성과급 또는 보너스라고 부르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9월 폴란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FA-50 전투기 48대를 4조 원에 사겠다는 계약을 했다.

그리고 전체 대금 가운데 1조2천억 원가량을 선수금으로 입금했다.

선수금은 회계상 부채다. 그럼 ‘KAI, FA-50 수출로 1조2천억 원 부채 발생’이라고 표현해야 맞을까?

말이 나온 김에 한국가스공사 이야기를 해보자.

정작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가스공사 재무제표에 들어있는 ‘미수금’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 거다.

가스공사가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1만 원에 도입해 8천 원에 국내 공급했다고 해보자. 가스공사의 국내 공급가격은 국민부담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에 따라 도입가격보다 낮게 책정되기도 한다.

일반기업이 구입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면 그 차액은 손실이 된다.

그런데 가스공사는 이를 앞으로 받을 돈인 미수금으로 잡는다. 정부가 추후 가스요금 인상으로 차액을 보전해 준다는 이유에서다.

가스공사의 손익은 그동안 실제와 괴리가 늘 있어왔고 이에 따라 미수금도 감소와 증가를 반복해 왔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 그만큼 도입가격이 올라가지만 국내 공급가격을 이에 맞춰 올리지 않으므로 미수금은 증가한다.

천연가스 도입가격이 떨어질 때는 그 폭만큼 국내 공급가를 인하하지 않음으로써 미수금을 해소해 나갔다.

도입가와 공급가 간의 차액을 손실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스공사의 손익계산서상 이익은 꽤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그리고 이런 이익에 기반해서 배당을 지급해 왔다.

그런데 최근 유가급등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스 도입가격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바람에 가스공사 미수금은 8조원 이상 누적됐다.

가스도입비가 회수 안되면 가스공사는 결국 운영자금을 계속 차입할 수밖에 없다.

현금흐름이 악화된 가스공사는 지난 2022 회계연도에 대한 주주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일반주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가스요금을 정치적으로 책정하고 회계를 이에 끼워맞춘 결과다. 김수헌 코리아모니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