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의 영업 방식을 ‘약탈적’이라 규정하며 그 배경에 독과점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은행이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방식의 영업을 하고 있다”며 “주된 배경에는 독과점적 시장 환경이 있다”고 말했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특히 금융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여지가 있음에도 은행에서 비용 절감을 통해 이익을 늘리는 방식을 문제삼았다.
이 원장은 “은행의 구조조정 모습을 보면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지점 수를 줄인다든가 고용 창출 이력을 줄여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금리 상승기에 소비자들이 큰 금리 부담을 겪는 와중에도 은행에서 수십 조 원에 이르는 이익이 발생하고 있고 그 사용 방식과 관련해 여러 의문점도 있다”고 꼬집었다.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배경에 독과점 구조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원장은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비용 절감과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강한 문제의식이 있었고 지금 정점에 와 았다”며 “유일한 이유는 아니겠지만 그 주된 배경엔 독과점적 시장 환경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권이 내놓은 사회 공헌 프로젝트를 놓고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뜻을 내비쳤다. 은행들은 3년간 10조 원 이상의 재원을 활용해 취약차주 긴급 생계비 지원, 채무 성실 상환 대출자 지원, 서민금융상품 공급 확대,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 대출 보증 재원 추가 출연 등의 내용을 담은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은행 이용자들에겐) 3년 뒤 금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니즈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과점 체제 개선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 원장은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자는 게 기본적 스탠스”라며 “새로운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면 그것까지 다 염두에 두고 있다”고 대답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