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왜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매각하지 않을까?

대법원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을 분리해서 보는 것이 맞다고 판결하면서 두 그룹은 완전히 남남으로 갈라섰다.

  박찬구, 왜 금호석유화학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팔지 않나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의 연결고리는 이제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뿐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측이 금호석유화학에게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박찬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처분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의 설립 주주다. 28년 동안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처분하지 않는 이유로 2대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하고 경영을 감시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형제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주주 행동에 나서는 것은 아시아나항공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1999년 상장가 75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4400원 대로 떨어졌다.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갈 당시만 해도 주가가 1만2천 원대였지만 자율협약을 거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호석유화학이 이 과정에서 입은 손해는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9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배당도 설립 이후 액면가의 3%인 150원을 두번 배당하는 데 그쳤다.

박찬구 회장은 최근 “보유기간이나 금융이자 등을 고려하면 주가가 최소 5만 원은 돼야 손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 이상의 가격이 되면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팔겠다는 얘기인데 사실상 팔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호산업은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지 않자 2014년 4월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금호산업에 매각할 것을 청구하는 주식매각이행청구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2015년 박찬구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앞서 2010년 2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은 서로 분리해 독자적으로 경영에 나서고 각자가 소유하고 있던 상대방 회사의 주식을 완전 매각하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

박삼구 회장은 이에 따라 2010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을 사임했고 금호석유화학 주식도 모두 처분했다.

박찬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끝까지 들고 있으려는 이유가 형제의 오랜 갈등 때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2011년 비자금 조성의혹 등으로 검찰에 기소됐다. 박찬구 회장은 그 배경에 박삼구 회장의 측근들이 있다고 믿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은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에서 배제되는 과정에 대해 박삼구 회장에게 사과를 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박찬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할 경우 사과를 받을 수 있는 연결고리가 사라진다고 보는 듯 하다"고 말했다. 

박찬구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박찬구 회장에게 사과를 받아낼 수 있는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