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으로 재건축 규제를 풀어주면서 부동산시장에서 눈치싸움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발표 첫주 서울 양천구 등에서는 급매만 팔리는 현상이 여전하지만 재건축 단지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기대심리가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노원과 1기 신도시들은 매도인들이 호가를 올리면서 오히려 매매가 주춤하는 분위기다.
▲ 정부가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으로 재건축 규제를 풀어주면서 부동산시장에서 눈치싸움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적용대상에 포함된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발표가 있었던 2월 둘째 주(6일부터 10일) 서울 아파트 전체 매매거래 52건 가운데 특별법 대표적 수혜지역인 양천구 거래량이 11건(21.1%)을 차지했다.
지난주 양천구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월 첫째 주(10건)와 전체 거래량만 놓고 보면 비슷했다.
하지만 노후도시 특별법 직접적 수혜대상인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단지들의 매매거래가 5건에서 7건으로 늘었다.
구체적으로 목동신시가지 단지 가운데서도 이번 특별법으로 용적률 규제완화 부분에서 수혜가 기대되는 3단지는 지난주에만 매매거래가 2건 이뤄졌다. 2월 첫째 주에는 목동신시가지 가운데 3단지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
양천구는 올해 1월 초 안전진단 규제완화에 이어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호재가 겹치면서 부동산시장에 해빙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양천구는 2022년 4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79건까지 올라갔다 하반기부터는 20건 안팎으로 줄었다. 하지만 올해 1월 매매계약이 43건 체결되면서 지난해 상반기 수준을 회복했고 2월에도 온기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매도인들이 재건축 호재를 틈타 매매 호가를 올리고 매수인들은 집값 추가하락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줄다리기는 더욱 팽팽해지는 분위기다.
목동은 최근에도 전세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매매시장에도 불안요소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통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에 후행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 등을 이유로 현재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나온 급매 물건들이 소화되고 나면 다시 거래시장이 경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양천구 목동 전월세 거래량은 올해 1월 기준 228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357건)보다 크게 줄었다. 목동은 최근 신시가지6단지 전용면적 96㎡ 전세매물이 8억 원에 계약되면서 평균 전세가격이 2년 전보다 2억 원 가까이 떨어져 있다.
양천구 목동과 함께 노후도시 특별법 적용대상지역으로 꼽히는 노원구 상계동과 중계동에서는 이미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 온도 차이가 보이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노원구에서는 월계동 삼호4 아파트 전용면적 59.49㎡ 매물과 하계동 청구아파트 전용 70.69㎡ 매물이 한 채씩 거래되는 데 그쳤다.
2월 첫째 주만 해도 1월30일부터 신청을 받은 특례보금자리론 효과로 상계동에서 4건, 중계동 2건을 포함 노원구 전체에서 아파트 11채가 거래됐는데 매매시장에 오히려 관망세가 짙어진 모습이다.
수도권 1기 신도시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2월6일부터 10일까지 1기 신도시 지역인 경기도 분당과 일산에서 아파트 매매는 각각 5건, 7건으로 2월 첫째 주(1월30일부터 2월3일) 거래량 12건, 29건보다 크게 줄었다.
부천·중동에서도 2월 첫째 주에는 아파트 8채가 매매됐지만 둘째 주에는 거래가 없었다.
매도인들은 노후도시 특별법 호재에 편승해 매물을 걷어 들이고 호가를 높이려는 낌새를 보이고 있다. 반면 매수인들은 여전히 전체 부동산시장 집값이 하락하는 분위기에 선뜻 매매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1기 신도시에 해당하는 분당(-0.06%)과 일산(-0.06%), 평촌(-0.14%), 산본(-0.13%) 등에서 모두 아파트 매매가격이 약세를 보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불렸던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2월7일 발표되면서 전국에서 대규모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곳들은 가격 방어를 위한 호재성 이슈로 받아들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연구원은 “현재 주택시장이 침체돼 수요 움직임이 제한된 가운데 국회 논의, 실제 구역지정과 선도지구 지정, 이주계획 수립 등 과정에서 진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업추진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당장 수혜지역들의 매매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