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카드는 왜 적지 않은 부담에도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 국내 도입을 앞장서서 추진할까?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국내 도입과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애플페이와 현대카드의 협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애플페이 한국 상륙 눈앞, 현대카드가 앞장서 길 닦는 까닭은

▲ 금융감독원이 애플페이 서비스 약관 심사를 끝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플페이가 조만간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애플페이 결제 모습. <애플>


현대카드는 현재 신용카드를 함께 사용하는 간편결제시장 양상을 고려했을 때 부담을 지더라도 애플페이를 앞세워 아이폰 이용자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애플이 신청한 애플페이 서비스 약관 심사를 끝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직 NFC(근거리무선통신) 결제 단말기 보급과정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 저촉 여부 등 추가로 확인돼야 사안이 남았지만 내년 초쯤이면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애플과 손잡고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을 추진하는 주체는 현대카드로 알려져 있다. 

현대카드는 8월 애플과 국내 애플페이 서비스의 배타적 사용권을 1년 동안 갖는 내용으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직접 애플페이 계약 관련 마무리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미국에 다녀왔다는 말도 나온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 추진을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애플은 사업 방침이 무척이나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파트너사나 협력사에 계약 관련 비밀 유지를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계약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막판에 협상이 어그러진 사례도 적지 않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해 ‘확인 불가’라는 태도를 지키는 것도 애플과 계약 조건 때문으로 보는 시선이 카드업계에 적지 않다. 

애플페이의 국내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도 현대카드에는 부담이었을 수 있다.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하더라도 파급력이 당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프라인에서 NFC 결제 단말기 보급이라는 높은 진입장벽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내 간편결제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페이가 기존 카드사 단말기를 그대로 쓰는 것과 달리 애플페이는 비접촉 결제방식(EMV) 기술이 적용된 NFC 단말기를 따로 설치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 가맹점에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 보급률은 5% 정도로 알려져 있다.

NFC 결제 단말기 보급은 단순히 비용만 부담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현대카드에 앞으로 큰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는 단말기 교체 비용의 60%를 부담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융당국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저촉된다고 판단하면 이마저도 추진할 수 없게 된다.
 
다만 현대카드는 현재 간편결제시장 추이 등에 비춰봤을 때 애플페이가 결국 현대카드의 점유율 확대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간편결제는 신용카드의 대체재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보면 오히려 간편결제의 80% 이상이 신용카드와 연계해 이뤄지며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다. 

간편결제는 미리 돈을 충전하고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는 신용카드와 연계해 쓰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10월 네이버와 내놓은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도 사실상 네이버 간편결제서비스인 네이버페이 이용자에게 특화한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네이버 멤버십 대상 가맹점뿐 아니라 그 밖에 다른 가맹점에서 결제해도 결제금액의 일부를 네이버페이로 적립해 준다.

국내에 애플페이가 들어오면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이용에 특화한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데 이러면 자연스럽게 현대카드 고객도 늘어날 수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애플페이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