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생명보험회사들이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보험 상품을 경쟁적으로 다시 내놓고 있다.

저축성보험은 내년부터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생명보험회사들이 줄이려고 노력했던 상품이었지만 금리가 치솟으며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생명보험사 고금리 저축보험 경쟁, 금리상승기 고객 돈 붙들기 고육지책

▲ 생명보험회사들이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보험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동양생명은 12월 중에 연 5.95% 수준의 저축성보험 상품을 출시할 채비를 하고 있다.


시중자금이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이후 은행권의 정기예금으로 몰리고 있어 생명보험회사들이 고객 자금을 붙들기 위한 방편으로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9일 동양생명에 따르면 12월 중에 연 5.95% 수준의 저축성보험 상품을 출시할 채비를 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이 25일 보험업계 최고 수준인 연 5.9%의 저축성보험 상품을 선보였는데 동양생명의 저축성보험 상품은 이 금리수준을 다시 한 번 넘어서는 것이다.

보장성보험 상품을 주력해 온 NH농협생명도 연 5% 후반 대를 보장하는 저축성보험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KDB생명에서는 12월부터 연 6% 수준의 저축성보험 상품의 출시를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KDB생명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영업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최종 금리와 시기, 한도는 아직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삼성생명이 23일 출시한 연 4.8%의 연금보험은 출시 3일 만에 9천억 원의 물량을 모두 판매하며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상품의 금리를 경쟁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고객들이 금리가 높아진 은행권 예금상품으로 돈을 옮기고 있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 금리가 크게 오르자 10월 한 달 동안에 은행권 정기예금으로 시중자금이 56조 원 넘게 몰려들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은행을 제외하고 보험과 증권,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유동성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28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시중금리 상승과 함께 은행 예·적금 금리가 크게 상승하면서 보험회사의 저축보험 해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실제 해지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은행과 생명보험회사의 상품 간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진다면 은행으로 자금을 옮기는 현상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이에 생명보험회사들은 고객들의 자금을 붙들어 놓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높은 금리의 저축성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과 달리 만기에 맞춰 환급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 도입되는 새 회계기준인 IFRS17에서 부채로 평가돼 그동안 생명보험회사들은 자본건전성 유지를 위해 보험보장성보험을 늘리는 대신 저축성보험을 줄여왔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고객들의 이탈이 심화되자 생명보험회사들은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보험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축성보험 상품은 중도해지 때 원금 보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예적금보다 매력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시중의 자금을 얼마나 끌어당길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뿐만 아니라 생명보험회사들에게도 금리인상 경쟁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져 보험사들의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 출시 경쟁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18일 저축성보험 상품에 대한 보험회사들의 과열 경쟁을 지적하며 고금리라는 특징을 강조할 경우 불완전 판매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