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등급제 시행, 휴대폰시장에 영향 주목  
▲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


전자파등급제가 오는 8월1일부터 시행된다. 전자파등급제는 모든 휴대전화와 이동통신 기지국이 배출하는 전자파의 신체흡수율 및 등급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휴대전화를 살 때 그 자리에서 전자파흡수율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전자파흡수율 차이가 큰 삼성전자와 애플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전자파등급제 세계 최초로 도입

전자파등급제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고 전자파가 인체에 해로울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휴대전화 제조사는 제품 본체나 포장상자, 설명서 표지 등에 전자파 등급 또는 전자파흡수율 측정값을 표시해야 한다. 등급은 1등급과 2등급 두 개로 나뉜다. 전자파흡수율이 0.8W/㎏이하면 1등급, 0.8~1.6W/㎏이면 2등급으로 분류된다.

전자파흡수율이 1.6W/kg보다 높을 경우 한국에서 제품을 출시할 수 없다. 국제권고 기준은 2W/kg인데 반해 한국은 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W/㎏은 인체의 단위질량(1㎏)에 흡수되는 전자파 에너지의 양을 뜻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민들이 품고 있는 전자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전자파등급제의 시행이 전자파에 대한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제도 시행 이전에 관련 업계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차질 없는 전자파 등급제 추진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자파등급제 시행, 휴대폰시장에 영향 주목  
▲ 팀 쿡 애플 CEO

◆ 전자파흡수율 차이 큰 삼성과 애플 희비 갈릴까?


전자파등급제가 시행되면 국내 휴대전화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의 판매량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두 회사 휴대전화의 전자파흡수율이 극명하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립전파연구원의 발표를 보면 삼성전자 갤럭시S4의 전자파흡수율은 각 통신사 모델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었지만 0.353W/㎏에서 0.550W/㎏ 사이로 나타났다.

반면 애플 아이폰5의 전자파흡수율은 1.070W/㎏으로 여러 휴대전화 제조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두 회사의 차이가 이렇게 큰 이유는 삼성전자가 전자파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에 대응하기 위해 전자파흡수율을 꾸준히 줄여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에 안테나가 내장되는 인테나 폰의 등장으로 전자파가 사람의 머리에 직접 닿게 되자 휴대전화의 하단부에 안테나를 달기 시작했다. 또 안테나에서 전자파가 퍼져 나가는 방사패턴을 인체 반대 방향으로 바꿔 전자파흡수율을 낮췄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사내 규정도 정해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전자파흡수율 실험실에서 하나의 휴대전화가 출시될 때마다 수십 번의 실험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에 따라 출시되는 제품이 조금씩 다르고 통신사별로 여러 대의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은 국토면적이 넓은 미국이 주력시장이기 때문에 일정한 통화품질을 유지하려면 전자파 출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

◆ 전파등급제, 유명무실 우려도 제기돼

전자파등급제 도입은 한 때 좌초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유럽연합(EU)이 정부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WTO와 EU는 등급을 나눈 기준을 문제 삼았다. 1등급과 2등급을 나누는 기준인 0.8W/kg에 정당한 과학적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당시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애플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애플 역시 “사실상 보호무역 조치이며 WTO 제소를 검토하겠다”며 반발했다.

결국 정부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다. 휴대전화 제조사가 전자파흡수율 등급이나 측정값 중 하나를 선택해 표기할 수 있게 했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등급을 표시하는 대신 복잡한 숫자를 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애플도 2등급이라고 적는 대신 숫자로 표기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측정값을 표기할 경우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쏟고 찾아보지 않으면 잘 알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당초 취지와 달리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부가 애플 등 해외 제조사 입장을 대변한 국제기구의 압박에 과하게 겁을 먹었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