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하이투자증권을 조기에 매각할 수 있을까?
하이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이 최대주주다.
현대중공업그룹은 3조5천억 원 규모의 자구안에 하이투자증권의 조기 매각방안을 담았는데 안팎의 돌출 변수가 많아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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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27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올해 안에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각희망가와 시장예상가격의 차이가 큰 데다 글로벌 변동성 확대에 따른 증권업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제값을 받기는커녕 인수자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에 하이투자증권의 연내 매각추진 방안을 포함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자기자본 7천억 원 정도의 중소형 증권사인데 매각이 공식화하면서 증권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이투자증권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중위권 증권사들 가운데 누가 품느냐에 따라 업계 순위에 자리바꿈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이투자증권은 현대미포조선이 85.32%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그룹 전체 지배구조로 보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하이투자증권으로 이어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하이투자증권 매각가로 최소 1조 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자구안 이행계획으로 내놓은 3조5천억 원 규모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액수다.
현대미포조선은 2008년 하이투자증권 전신인 CJ투자증권을 7050억 원에 인수했고 그 뒤 4천억 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금까지 1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1조 원 이상을 받아야 투자원금을 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투자금융업계에서 바라보는 하이투자증권 예상매각가는 5천억~6천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매각 희망가와 시장 예상가의 가격차이가 큰 셈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서 하이투자증권을 서둘러 매각해 희망가에 못 미치는 헐값에 넘길 경우 경영개선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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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익수 하이투자증권 사장. |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312억 원을 냈다. 올해 1분기에도 당기순이익 43억3600만 원을 올려 지난해 34억5200만 원보다 늘어났다.
하이투자증권 자체의 수익성은 좋은 편이지만 증권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인수전이 불붙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현상과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우려 등에 영향을 받아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7곳의 컨센서스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증권사들의 올해 2분기 추정영업이익은 489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2분기 추정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보다 57.5%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고 한국금융지주도 47.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증권사들의 실적이 앞으로 더욱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이투자증권 인수후보로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거명되고 있지만 증권업 불황이 이어질 경우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자구안에 포함하긴 했지만 투자금액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팔 수도, 팔아야 할 이유도 없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각 흥행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2일 하이투자증권 매각 및 비조선부문 분사 계획이 포함된 경영개선계획을 주채권은행과 잠정합의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