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세계적 에너지 위기 속에 겨울철이 다가오고 있다.

에너지 위기의 최전선에 선 유럽 각국은 이번 겨울을 버티기 위한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유럽 에너지 위기에 겨울 앞두고 초긴장, 각국 대책 놓고 전전긍긍

▲ 세계적 에너지 위기 속에 겨울철이 다고오고 있다. 에너지 위기의 최전선에 선 유럽에서는 이번 겨울을 버티기 위한 대비책 마련이 부산하다. 일부 국가의 대규모 보조금 지원 등 정책을 놓고는 갈등 조짐도 보인다. 사진은 EU 집행위원회 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10일 에너지 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유럽은 현재 에너지 위기에 가장 심각한 위협을 겪고 있는 지역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 사이 대립각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 국가들은 천연가스 소비량의 4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었던 만큼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은 곧바로 에너지 위기를 불러왔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한 상황에서 에너지 비용 증가는 각국을 위협하고 있다.

2021년 1월과 올해 6월 전기요금을 비교해 보면 이탈리아는 106.9% 인상됐다. 영국은 89.0%, 스페인은 45.0% 등 각국의 전기료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에너지 부족과 인플레이션이 겹친 상황에서 겨울 난방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는 경제는 물론 사회적, 정치적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9월29일(현지시각) 언론 인터뷰에서 “독일 정부는 에너지 가격 하락을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유럽연합을 주도하는 독일과 프랑스 등은 공급, 수요, 가격 규제, 주요 에너지기업 국유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에너지 위기 대응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6월부터 석탄발전소 재가동에 나섰고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위한 환경 규제 완화까지 추진했다.

에너지 수요 절감을 위해서도 국가적 상징인 에펠탑 조명을 조기에 소등하고 있으며 겨울 난방온도도 최대 19도에 맞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24년까지 프랑스의 에너지 소비량을 10% 줄인다는 목표까지 설정했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프랑스전력공사(EDF)의 100% 국유화도 추진 중이다. 에너지 공급의 안정화가 목표이며 모두 97억 유로(14조 원)가 투입된다.

독일 역시 폐쇄 예정이었던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등 에너지 공급량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66%에 이를 만큼 다른 국가에 비해 높다. 이에 미국, UAE 등으로 천연가스 수급 다변화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80억 유로(11조 원)을 들여 주요 가스수입업체인 ‘유니퍼(Uniper)’의 국유화도 추진된다. 

그 밖에 영국, 스페인, 스웨덴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에너지 절감 정책, 지원금 투입 등 갖가지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

개별 국가 차원을 넘어 유럽연합(EU) 수준의 에너지 위기 대응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9월30일 교통·통신·에너지이사회를 통해 화석연료 기업을 대상으로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했다.

에너지이사회를 주재한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회의 결과를 두고 “이는 퍼즐의 첫 부분일 뿐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는 러시아와 에너지 전쟁을 하고 있고 겨울이 오고 있다.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국 내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보조금 문제는 유럽 각국의 협력을 저해할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독일이 자국 내 기업, 가계의 에너지 부담을 덜겠다며 9월29일 발표한 2천억 유로(280조 원) 규모의 보조금 지원 방안은 국가 사이 불공정 경쟁을 낳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주변 국가의 반발을 사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독일의 보조금 정책을 놓고 “어떤 긴급 조치도 단일 시장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