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이 바이든 정부를 향해 중국 반도체기업 YMTC를 상대로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애플 아이폰에 YMTC 메모리반도체 탑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계기로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일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바이든 정부를 향해 중국 YMTC를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YMTC 메모리반도체 이미지. |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6일 “YMTC에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는 양당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미국 상무부가 행동에 나서야만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인 YMTC를 제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난해부터 마르코 루비오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들은 지난해 말 지나 레이먼도 미국 상무장관에 YMTC가 미국의 기술을 취득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공식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포브스에 따르면 최근에는 찰스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마크 워너 정보위원장 등 민주당에서 큰 영향력을 차지하는 의원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미국 정부에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포브스는 애플이 아이폰에 YMTC의 메모리반도체를 탑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규제 도입 목소리가 민주당과 공화당의 공통된 의견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원의원들이 YMTC에 제재를 요구하는 근거는 해당 기업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어 중국의 군사 기술 발전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다.
YMTC가 이미 미국의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는 중국 화웨이와 협업하고 있다는 의혹과 중국 신장 소수민족 인권 탄압에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도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양당에서 YMTC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은 것은 애플과 협력 가능성이 거론됐을 때부터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반도체산업을 향한 경계심이 가장 큰 동기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YMTC가 애플 아이폰에 메모리반도체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은 중국 반도체기업의 기술이 마침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아이폰에 YMTC 반도체 탑재는 중국 반도체산업에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며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에 추진동력을 더해주는 셈”이라고 바라봤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YMTC가 미국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만한 시기가 임박했다며 상무부가 발빠르게 대응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최근 YMTC 등 중국 반도체기업을 상대로 추가 규제 가능성을 검토하는 점도 양당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YMTC 등 중국 반도체기업에 고성능 반도체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포브스는 중국 정부가 애플을 압박해 중국시장에서 계속 제품을 판매하려면 중국업체의 반도체를 사용해야 한다는 요구를 내놓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고 바라봤다.
만약 미국 정부의 규제가 도입되고 중국 정부가 이에 반발해 애플 아이폰 등 제품의 중국 판매를 금지한다면 애플이나 다른 글로벌 협력사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상무부도 정치권의 요구를 받아들여 YMTC를 새로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데 이런 점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 중국 YMTC의 128단 3D낸드 반도체 생산공장. 600 |
일본 미즈호증권은 5일 보고서를 내고 미국 정부의 YMTC 규제가 이른 시일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YMTC가 이미 2023년까지 투자 확대를 지속할 만큼의 반도체장비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 측면에서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YMTC를 잠재적 경쟁사로 두고 있던 반도체기업들이 경쟁을 피할 수 있게 돼 한숨을 돌릴 수 있다.
YMTC는 중국 정부 지원을 받아 공격적으로 메모리반도체 생산 투자를 확대하며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에 따른 업황 악화를 주도하고 저가 공세를 통해 경쟁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올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정부가 이른 시일에 본격적 규제에 나선다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이 이런 걱정을 한시름 덜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미즈호증권은 “2023년까지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에 따른 업황 악화 흐름은 지속될 수 있다”며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의 가격 협상력과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