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해외순방 과정에서 터진 비속어 논란으로 취임 뒤 최저 수준인 24%(한국갤럽 기준)까지 하락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과 대신 민주당과 MBC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강공모드’를 선택했다. 윤 대통령의 강경 대응에 국민의힘 내부 반응도 엇갈리는 모습을 보인다.
 
윤석열 비속어 논란에 강경 대응 선택, 국민의힘 내부 반응도 엇갈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비속어 논란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은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작된 가짜뉴스를 보도하는 것이 언론자유라는 헛소리를 작작하라”며 “MBC와 민주당은 즉각 사과해야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에서 귀국한 뒤 비속어 발언을 인정하지 않고 '국익훼손'과 '진상규명'을 언급하자 김 의원을 포함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과 MBC를 강하게 공격하고 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MBC보도를 ‘망국적 행태’라 규정하고 민주당이 대통령을 ‘흠집내기’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권성동 의원도 1일 자신의 SNS에 “민주당은 보이스피싱 집단”이라며 “민주당과 MBC가 자막 조작 사건의 본질을 계속 호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강경한 대응을 두고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하자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핵심 지지층을 다졌다. 또 문재인정부의 태양광사업을 비판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보수층과 대구·경북, 60대 이상의 지지율이 상승하기도 했다.

실제 미디어토마토가 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발언을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으로 들었다는 응답이 29.0%였는데 윤 대통령의 핵심지지층인 60대 이상(42.5%), 대구·경북(37.6%)은 더 ‘날리면’으로 들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더 높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반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등의 강경한 대응에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보좌관을 지냈던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일 MBC라디오에서 “바이든으로 들린다는 민심에 맞서는 건 당에 좋지 않다”며 “(강경대응은) 당의 외연을 좁게 만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시각을 반영하듯 국민의힘 내부에서 실언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9월29일 경북대학교 강연에서 “대통령실이나 우리 당이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당장 중단하고 깨끗하게 사과해 지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도 9월28일 BBS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걸 입증을 못 하면 당장 오늘이라도 대통령실이 사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자체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거나 민주당을 향해 정쟁을 멈추자는 좀 더 신중한 반응도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안철수 의원이 대표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일 자신의 SNS에 “대통령 발언 직후 인정하고 정면 돌파하라고 조언했지만 대통령께서 내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정면 돌파하는 걸 보고 침묵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유승민 전 의원을 비판하며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홍 시장은 자신의 SNS에 유 전 의원을 겨냥해 “입으로만 내세우는 개혁보수 타령 그만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9월30일 자신이 만든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유 전 의원이 옳은 소리 한다는 제목의 글에 “대통령이 어려울 때는 침묵하는 것이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답글을 쓰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은 9월29일 KBS 최영일의 시사본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관해 “이 문제의 핵심은 외교”라며 “빨리 정리해야지 언제까지 내부에서 에너지를 소진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바라봤다.

이처럼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의 반응이 엇갈리는 것은 차기 당권 도전 여부나 향후 정치적 입지, 공천 희망지역 등에 따라 각자의 처지가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MBC진상규명 태스크포스에 참여한 의원들을 살펴보면 박대출(경남 진주), 박성중(서울 서초을), 윤한홍(경남 창원마산회원구), 윤두현(경북 경산), 최형두(경남 창원마산합포구), 장동혁(충남 보령서천), 조수진(비례) 등으로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지역구를 둔 의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국민의힘 내부에선 차기 총선 출마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윤 대통령과 지도부의 강경대응에 불만이 많다는 고백도 나온다.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의원은 1일 MBC라디오에서 “수도권 출마를 노리는 사람들은 다들 부글부글 하고 있다”면서 “현역 의원들 가운데 수도권 격전지 지역구가 (거의) 없고 ‘민심보다 공천 받는 것만 중요한’ 분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