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국내 증시가 하락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빚을 내서 투자한 개인투자자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증시가 좀처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빚을 내서 투자한 개인투자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인상 충격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 증시 부진이 장기화되고 신용거래융자 이자율도 상승하면서 신용거래를 이용한 개인투자자의 부담이 급격하게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29일 기준으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조461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시장 신용잔고가 9조3646억 원, 코스닥시장 신용잔고가 8조965억 원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9월1일 19조 원을 웃돌았으나 28일 18조 원 밑으로 떨어지기는 했다. 그러나 시가총액 대비 신용거래융자 잔고 비율은 9월1일과 29일 모두 0.86%로 나타났다. 주가하락에 견디지 못하고 일부 신용거래를 갚았으나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용거래는 주식을 매입할 때 증권사에서 주식을 담보로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거래방법이다. 부족한 자금으로 한 번에 많은 주식을 사들일 필요가 있을 때 사용된다.
신용거래는 은행 신용대출보다 이자율이 높아 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다. 투자자는 일반적으로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산 뒤 주가가 오르면 짧게 치고 빠지는 ‘단타’를 위해 신용거래를 사용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신용거래는 주가가 크게 오르고 내리는 중소형주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9월29일 기준 코스피시장에서 신용융자 비중이 높은 종목은 삼천리, 우진, 대성홀딩스, 한신기계, 혜인 등으로 신용융자 잔액 비중이 10%가 넘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선광, 이루온, 희림, SDN, 삼진엘앤디가 10% 이상의 신용융자 잔액 비중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100위 안에 드는 대형주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신용거래는 상대적으로 경기변동에 민감한 업종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자동차, 제조업 등 상대적으로 경기변동에 민감한 업종에서 신용잔고 비율 및 변화가 높게 관찰된 반면 은행, 보험, 유틸리티, 통신서비스 등 경기변동에 덜 민감한 필수소비와 관련된 업종은 신용융자잔고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최근 증시 급락세에 중소형주와 경기 민감도가 높은 종목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다.
경기 방어주에 속하는 통신업, 음식료품 등은 코스피 하락세에도 완만한 하락세를 그리거나 소폭 상승세를 그린 반면 경기 민감도가 높은 업종은 주가 하락세가 크게 나타났다.
경기에 민감한 자동차 관련주 현대차(-10.20%), 기아(-11.01%) 주가가 9월 한달 동안 10% 이상 내렸다.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11.06%), SK하이닉스(-12.71%) 주가도 9월 동안 10% 이상 하락했다.
반면 음식료 대표주인 SPC삼립(6.06%), CJ제일제당(0.86%), 농심(-0.67%)의 주가는 하락장에도 상승하거나 소폭 하락했다. 통신업 대표주인 KT(-2.87%), SK텔레콤(-2.50%) 주가도 비교적 작게 내렸다.
증시 하락세에 개인투자자가 계속 이탈하고 있는 점도 개인 수급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의 주가를 더 끌어내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중소형주와 경기 민감주에 몰려있는 신용거래는 주가 하락에 치명적 영향을 받아 반대매매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금리인상이 지속되며 신용거래 이자율이 상승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후 KB증권, 대신증권, NH투자 증권 등이 9월 중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올렸다.
KB증권은 9월1일부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전구간에 걸쳐 0.3~0.5%포인트 올렸다. KB증권은 7월에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일부 0.3%포인트 올린 바 있다.
NH투자증권은 9월13일 매수 체결분부터 이자율을 인상했다. QV계좌 이자율을 구간별로 0.3~0.7%포인트 올렸고 나무계좌 이자율은 0.2~1%포인트 올렸다. 앞서 8월에도 이자를 0.2~0.3%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대신증권도 9월15일 이자율을 0.25%포인트씩 통합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10월에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용거래 이용자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