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 출시를 주도했던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이 새로운 차세대 신약을 개발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기업으로 도약을 통해 다양한 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 신약개발에 적극 나서, 기우성 의약품 개발기업으로 도약 꿈꿔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다양한 플랫폼기술을 바탕으로 신약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기 부회장체제 셀트리온은 여러 기업과 손잡고 신약개발에 필요한 치료제 플랫폼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먼저 최근 미국 바이오기업 에이비프로와 이중항체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맺은 사례를 들 수 있다.

항체 치료제는 병원체의 특정 단백질(항원)과 결합해 병원체를 무력화하는 항체로 질병을 치료하는 바이오의약품을 말한다. 기존 항체 치료제는 주로 1가지 항원에만 결합하는 단일클론항체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셀트리온이 판매하는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대표적인 단일클론항체 치료제다.

이중항체 치료제는 이런 단일클론항체 치료제보다 더 발전한 방식이다. 항체가 서로 다른 2가지 항원에 동시에 반응하게 해 치료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에이비프로와 협력해 고형암 등을 대상으로 이중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미 후보물질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개발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기 부회장은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시장으로 꼽히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도 공략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 국내기업 고바이오랩과 함께 과민성 대장 증후군, 아토피 질환 등에 대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하는 중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 유전체의 결합을 말한다. 최근에는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개발이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체내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질병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는 특히 아직 승인받은 치료제가 없는 ‘블루오션’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셀트리온을 비롯해 신약개발 분야에서 비교적 후발주자에 속하는 기업들도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충분히 겨뤄볼 만한 시장이라는 뜻이다.

항체약물접합(ADC)도 기 부회장이 관심을 갖는 플랫폼기술 중 하나다. 항체약물접합은 암세포를 선별하는 항체에 암 치료제를 결합해 암세포에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영국의 항체약물접합 전문기업 익수다테라퓨틱스에 지분투자를 결정했다. 익수다테라퓨틱스의 항체약물접합 기술을 통해 셀트리온의 기존 항체 치료제와 시너지를 내는 한편 차세대 항암 신약 개발로 후보물질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기 부회장은 이밖에 차세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플랫폼 개발도 모색하고 있다. 

mRNA는 인체가 특정 병원체에 대항하는 항체를 스스로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도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코로나19 백신으로 활용되면서 차세대 백신 및 치료제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자체 특허 기술을 이용한 mRNA 플랫폼을 개발해 코로나19뿐 아니라 항암 등 다양한 분야의 신약개발에 적용하겠다고 지난해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셀트리온이 추진하는 다양한 신약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 부회장 진두지휘로 이뤄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통해 신약개발 역량이 증명됐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는 2021년 9월 국내기업 최초로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2021년 11월에는 유럽에서도 승인이 이뤄져 정식 치료제로 인정받았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렉키로나를 시작으로 신약 자체개발에 성공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수준의 항체 발굴 및 생산 역량 역시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항체 신약개발 분야에서의 성과도 기대 가능하다”며 “이중항체와 mRNA 분야에서는 플랫폼 구축 및 글로벌 업체들과 협업 또는 인수합병, 기술도입 등을 통해 진출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