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퀄컴의 협력관계가 향후 스마트폰 산업의 지형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황친융 대만 IT매체 디지타임스 사장은 20일 기고문을 통해 “퀄컴은 모바일에서 삼성과 오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왔고 가장 중요한 파운드리 고객”이라며 “다만 파운드리업계가 모바일에서 고성능컴퓨팅(HPC)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퀄컴이 선두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바일에서 삼성의 영향력 하락이 이 관계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대만매체 "삼성전자와 퀄컴 관계, 스마트폰 지형에 따라 변할 수 있어"

▲ 대만 IT매체 디지타임스는 20일 향후 삼성전자와 퀄컴의 지금과 같은 관계가 유지될지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2라인 공장.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2020년 2분기 퀄컴의 모바일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88을 5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으로 수주했다.

이는 더이상 거대 IT기업이 첨단 반도체 공정 위탁생산에서 TSMC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의미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4나노 공정으로 퀄컴의 스냅드래곤8 1세대까지 수주하며 퀄컴과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에서 퀄컴이 차지하는 비중은 외부 고객사 가운데 최고 수준인 2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퀄컴은 최근 ‘스냅드래곤8+ 1세대’와 ‘스냅드래곤8 2세대’ 제조를 삼성전자가 아닌 TSMC에 맡겼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024년 2세대 3나노 공정(GAP)을 활용해 퀄컴으로부터 다시 대규모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최근 모바일보다 고성능컴퓨팅(HPC)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삼성전자의 최대고객이 퀄컴에서 엔디비아 등으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0년 엔비디아의 암페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8나노 공정으로 수주하며 TSMC의 7나노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엔비디아는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두 번째로 큰 외부고객이다.

황 사장은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의 5나노 반도체 수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다만 현재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엔비디아에게 삼성전자가 적합한 파운드리 파트너임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바일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 하락이 퀄컴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기업으로 퀄컴의 최대 고객이기도 하다. 하지만 프리미엄폰 시장에서는 애플과, 저가폰에서는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며 점유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에 주로 들어가는 미디어텍 칩 대부분과 애플 바이오닉 칩은 TSMC가 제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퀄컴, 엔비디아 외에 구글, 테슬라, 인텔 등과 같은 대형 IT기업과도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테슬라에 자율주행(FSD) 칩을 납품하고 있으며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은 인텔의 사우스브리지 칩셋(메인보드에 들어가는 반도체)을 제조하고 있다. 이 외에 IBM과 메타(페이스북) 등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술 포럼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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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사장은 “앞으로 자동차, 고성능컴퓨팅, 5G 부문이 첨단 파운드리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28나노 이하 공정은 연평균성장률이 23%로 28나노 이상 공정의 약 10% 성장률보다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는 삼성전자가 첨단공정에 투자를 강화하고 28나노 이상 성숙(레거시) 공정은 외주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