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경기 성남의 1조 원대 공공재개발사업 수진1구역과 신흥1구역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수진1구역은 세 번째 시도에 드디어 대형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꾸려 들어오면서 사업 진행이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이웃한 신흥1구역은 '삼수'에서도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경기 성남 공공재개발사업인 수진1구역 3차 입찰에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응찰했다. 이웃한 신흥1구역은 16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다. 사진은 경기 성남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지역본부 도시정비설계부와 건설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2시 마감한 경기 성남시 수진1구역 재개발사업 3차 입찰에는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DL이앤씨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응찰했다.
수진1구역은 컨소시엄 한 곳만 참여해 결과적으로는 3차 입찰도 유찰됐다. 하지만 수진1구역은 이번 유찰로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 진행을 추진하는 등 시공사 선정을 위한 실질적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수진1구역 재개발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진동 963번지 일대 26만2197㎡ 부지에 아파트 5259세대와 오피스텔 312세대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총사업비 규모가 1조 원을 넘는다.
위치를 봐도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등으로 접근성이 좋고 지하철 8호선 수진역이 있는 등 입지적 조건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수진1구역은 올해 2월 1차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부터 대우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시멘트, 철근 등 건설 자재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3㎡당 공사비를 495만 원 이하로 제시하면서 4월 입찰에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아무리 입지가 좋고 단지 규모가 커도 낮은 공사비 때문에 수익을 낼 수 없는 사업장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는 대표적 건설자재인 시멘트와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 가격이 둘 다 30% 넘게 뛰면서 20년 사이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자재값 폭등에 더해 물가상승, 금리인상 등으로 공사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 뒤 토지주택공사는 건설사들과 함께한 간담회를 통해 3.3㎡당 공사비를 510만 원으로 올리고 7월 재입찰을 진행했지만 또 다시 건설사들이 아무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유찰됐다.
하지만 세 번째 시도에서 드디어 건설사로부터 제안을 받아든 것이다.
반면 같은 성남 수정구의 신흥1구역 공공재개발사업은 시공사 선정 작업에 여전히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신흥1구역은 성남 수정구 신흥동 4900번지 일대 19만6693㎡ 부지에 아파트 4183세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수진1구역과 마찬가지로 역시 사업비 규모가 1조 원대에 이른다.
신흥1구역은 수진1구역과도 가까워 두 구역의 재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성남에 모두 1만 가구 규모의 대단지가 조성된다는 점에서도 도시정비업계의 눈길을 끌어왔다.
신흥1구역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수진1구역과 똑같은 굴곡을 겪었다.
토지주택공사가 공사비를 3.3㎡당 495만 원으로 제시하면서 올해 초 첫 현장설명회부터 건설사들이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 뒤 수진1구역과 똑같이 공사비를 510만 원으로 올려 진행한 2차 설명회에는 GS건설, DL이앤씨, 코오롱글로벌, 제일건설 등이 참여하면서 상황이 나아졌지만 본입찰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신흥1구역은 8월 초 다시 한 번 현장설명회를 열고 오는 16일을 기한으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세 번째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신흥1구역은 이번에도 건설사들이 입찰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토지주택공사는 신속한 사업 추진 등을 위해 건설사들에 본입찰에 앞서 입찰참가확약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는데 신흥1구역은 입찰참가확약서를 제출한 건설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토지주택공사가 제시한 신흥1구역 입찰참가확약서 제출 마감 기한은 8월31일이었다.
신흥1구역에 계속 관심을 보여 유력한 후보자로 언급됐던 GS건설도 마지막까지 계산기를 다시 두드린 것으로 보인다.
GS건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신흥1구역 재개발사업은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지만 원자재값 등 비용 상승 요인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건설현장의 공사비는 시멘트와 철근 등 자재값 폭등,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상승, 인건비 인상 등으로 계속해서 치솟고 있다.
이에 서울에서는 최근 평당 공사비가 1천만 원에 가깝게 책정된 재개발단지도 나왔다. 서울 용두1-6구역 재개발조합은 자재값 상승분 등을 반영해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공사비를 평당 922만 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해 이미 재건축, 재개발 아파트 13곳의 평균 공사비가 3.3㎡당 578만 원 수준이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의 적정 공사비도 3.3㎡당 560만~580만 원 정도로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