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에 국회의원 뜬다, '할만큼 했다'는 폭염대책 현장 감사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17일 경기 화성에 있는 쿠팡 동탄물류센터를 현장 방문한다. 사진은 쿠팡의 한 물류센터. <쿠팡>

[비즈니스포스트] 국회의원들이 쿠팡 동탄물류센터를 찾는다. 쿠팡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물류센터의 폭염 대책을 점검하기 위해서 국회까지 직접 나서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어 국회의원까지 물류센터를 연달아 방문하면서 폭염대책을 놓고 노조와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는 쿠팡의 부담도 상당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경기 화성에 있는 쿠팡의 동탄물류센터를 방문한다.

오후 12시30분 국회에서 출발해 오후 2시에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이다. 쿠팡측 관계자 일부도 국회의원 방문에 맞춰 현장에 나오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이은주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냉방시설 현황을 점검하고 물류센터의 폭염 대책을 살펴보러 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이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쿠팡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 환경노동위 위원들의 이번 방문은 이은주 의원의 제안으로 잡혔다.

이 의원은 3일 국회 환노위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의 업무보고 당시 “폭염기간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어려움도 파악하고 실제로 이분들의 작업 현장에 에어컨 없이 어떤 온도로 일을 하고 있는지 현장의 애로사항을 파악할 수 있도록 쿠팡 물류센터에 환경노동위 위원들이 찾아가는 것을 제안드린다”고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건의했다.

이에 전해철 환노위원장은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 쿠팡 동탄물류센터 방문 일정을 잡았다. 그만큼 여야 모두 쿠팡의 물류센터 폭염 대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쿠팡 물류센터의 폭염 대책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쿠팡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쿠팡 노사는 물류센터의 폭염 대책을 놓고 2달 가까이 갈등을 벌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회원들은 6월23일 서울 송파 쿠팡 본사 앞에서 유급휴게시간 보장과 폭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사 로비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쿠팡은 업무방해와 공동건조물침입, 공동퇴거불응 등의 혐의로 노조원 10여 명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노사 갈등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노조는 쿠팡이 협상에서 폭염 대책에 진전된 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7월에는 물류센터 내 에어컨 설치를 촉구하며 본사에서 동탄물류센터까지 3박4일 동안 도보행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쿠팡 노사는 폭염 대책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쿠팡에게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7월29일 쿠팡 동탄물류센터를 예고 없이 찾는 일도 있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장관이 출발하기 전에 쿠팡 본사에 ‘이제 간다’는 연락만 전했을 정도로 불시 점검이었다. 쿠팡측 고위 관계자들이 장관을 마중하러 나가지도 못했을 정도였다.

이 장관은 당시 “지금이 폭염이 가장 심한 시기인 만큼 열사병 예방수칙을 철저히 이행하고 근로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사업장 특성에 맞는 열사병 예방대책을 마련하고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원론적 발언이지만 정부에서도 쿠팡의 물류센터 폭염 대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여겨졌다.
쿠팡 물류센터에 국회의원 뜬다, '할만큼 했다'는 폭염대책 현장 감사

▲ 쿠팡 물류센터에 국회의원들이 대거 방문하는 것은 쿠팡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다. 사진은 쿠팡 물류센터 내부 모습. <쿠팡>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대거 물류센터에 단체로 방문하는 것은 사실상 쿠팡에 책임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는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노조와 대화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쿠팡의 폭염 대책을 놓고 회사의 대응이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데 여야의 이견 없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3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당시 “폭염기간 쿠팡 물류센터의 실내 최고 온도는 36도, 최고 습도는 77%가 넘는다고 한다”며 “이 정도면 고용노동부 더위체감지수 기준 위험을 넘어 경고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사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물건이나 기계가 아니다”라며 “지금 쿠팡은 신선식품을 보관하는 창고에는 냉방설비를 다 갖춰 놓으면서도 일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는 폭염을 방치하는 현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환노위 국회의원으로서 참 자괴감이 든다. 노동자 안전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도록 노동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역시 “폭염특보에 기준해서 실내외 온도 따지고 하는 부분들은 정말 탁상공론 아닌가, 책상에서 현장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모르고 이렇게 방치하다가 결국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그런 사태를 계속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도 최고경영자(CEO)가 나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달초 국회에서 열린 업무보고 때 열사병 관련 대책과 관련한 질의에 “변화된 환경을 감안해 기업들이 스스로, 설사 법령에 없다고 하더라도 생명, 건강, 안전을 우선하는 경영 방침이나 철학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안전 문화 정착과 CEO가 각별히 챙기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 최고경영진이 폭염 대책을 놓고 좀 더 진전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쿠팡은 그동안 “층마다 에어컨이 설치된 휴게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형 천장형 실링팬과 에어 서큘레이터 등 물류센터별 맞춤형 냉방장치 수천 대를 가동하고 있다”며 공간이 개방된 물류센터의 특성상 내부에 에어컨 설치는 힘들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