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의 중국을 향한 반도체장비 수출규제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일 로이터와 더레지스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128단 이상의 메모리를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미국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 메모리 공급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정부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반도체 공장 |
미국 정부가 이번에 검토하고 있는 조치는 YMTC와 같은 중국 메모리 공급업체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에서 운영되는 모든 회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이전 수출금지와는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수출규제가 중국에서 운영되는 모든 회사로 확대해서 적용되면 피해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및 저장장치 사업을 약 90억 달러에 인수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중국 다롄성에 위치한 인텔의 낸드플래시 제조공장이 포함된다. 삼성전자 역시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2개의 메모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76단 낸드플래시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어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무역제한 조치에 고삐를 죈다면 곧바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미국산 칩제조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게 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중국에 위치한 공장에 필요한 장비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막기 위해 압박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2020년 12월 중국 SMIC가 10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장비인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막은 바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메모리 분야뿐만 아니라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도 피해를 볼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반도체 설계는 미국, 제조는 대만과 한국 업체가 맡는 글로벌 분업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텔은 올해 3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고 미국과 일본은 최근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첨단 반도체 분야인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위해 일본과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은 2025년까지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위해 일본에 공동연구개발 거점을 만들고 생산라인을 세우기로 했다.
2나노 기술은 삼성전자와 TSMC 등이 경쟁하고 있는 영역으로 아직 상용화에 이르지는 못했다. 미국과 일본의 합작연구가 삼성전자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더레지스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산업을 압박하려는 노력에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